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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 사랑방 14개 지은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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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터뷰 도중 건축의 언어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세 디자이너에게 건넸다. 하얀 안경 너머 이토 도요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이 화두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계속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누구를 위해 건축이 존재하는가’는 그의 오랜 고민이기도 했다. 그는 “건축가가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걸 추구하다가 오히려 사회에서 고립된 것 같다”고 했다. 젊은 건축가일수록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어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토 도요는 ‘민나노 이에(모두의 집·Home-For-All)’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가들과 피해 지역을 돌며 주민을 한 명씩 만난 결과,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피해 지역에 14개의 사랑방을 지었다. 그는 “집은 철저히 주민의 의견과 희망을 반영해 지었기에 나 자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듬해 그는 젊은 건축가 3명과 함께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를 위한 모두의 집을 지었고, 이를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 출품했다. 지금까지 짓던 집과 달리, 작품성을 높였다. 그는 이 프로젝트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그 사랑방을 찾지 않았다. 그는 “주민들이 내가 함께 참여해 만들었다는 인식이 없는 한, 건축가의 작품은 어렵고 공유하기 어려워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건축가 혼자가 아닌 함께 짓는 것. 자신의 언어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 현장에서 체득한 이 경험은 그의 공공건축론이 됐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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