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정배 “새정치련 내년 총선 80석도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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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24일 광주 시민을 만나 추석 민심을 들었다. 천 의원은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수십 석을 얻어 제2 야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4일 “이른바 ‘천정배 신당’이 야권 분열 요소로 작용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는 무겁게 명심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때가 되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광주 서구 금호동 사무실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중앙일보 인터뷰서 밝힌 개혁신당 구상
신당은 최소한 수십석 획득 가능
민심 응집 땐 제1야당 무너뜨릴 것
내 덕분에 야권이 혁신 몸부림
‘새누리에 어부지리’ 우려는 명심

 천 의원은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에 ‘복귀’한다는 건 아니다”며 “‘세력 대 세력’으로서 여러 가지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당 후 ‘적절한 시점’에서 연대 및 통합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이다. 다만 천 의원은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수십 석을 획득해 제2 야당이 될 것”이라고 말해 총선 전 통합 가능성은 부인했다.

 -신당이 야권 분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은 분열해선 안 된다고, 분열세력이라고 저를 비난한다. 문재인 대표가 전형적으로 그런 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저 때문에 야권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건 오산이다. 오히려 야권이 다소나마 혁신의 몸부림을 치고 인적 쇄신을 발표하는 건 (제가 당선된) 지난 4월 재·보선 광주 민심 때문 아닌가. 하지만 야권이 여러 개로 나눠져 생기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까지 우리가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연대·통합을 한다면 내년 총선 전인가 후인가.

 “야권 재편을 한다면 ‘정치혁명’(신당)과 ‘통합’이 다 필요하다. 통합을 구실로 정치혁명을 죽이는 건 맞지 않다. 정치혁명이 이뤄지고 야권이 수권세력으로 거듭난다면 그 다음 분열에서 통합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세력 대 세력으로 어부지리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모색될 수 있을 거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탈당파의 복당을 불허해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미쳤다고 복당하겠는가. 불허고 뭐고, 저도 절대 복당할 마음이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더러 절대 새정치연합에 들어오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코미디라고 생각하겠지. 저도 그렇다. 저는 새정치연합과 세력이 다르다.”

 -문 대표 통합 제안에 천 의원이 ‘너나 잘해’라고 하자 문 대표가 ‘무례하다’는 반응 보였는데.

 “문 대표는 국민이 왜 새정치연합을 외면하는지 이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저보고 ‘호남 민심을 모르고 있다’느니, ‘신당은 호남 민심에 역행한다’느니 하는 걸 보면 다시 4월 재·보선 심판을 받기 전 상황으로 돌아간 듯하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혁신안과 인적 쇄신안은 어떻게 보는가.

 “전직 대표들에게 열세 지역 출마를 요청했던데, 이건 혁신을 핑계 삼아 비노 수장을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활용 가치가 떨어진 전직 대표들까지 끼워넣어서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닌가. 올바른 인적 쇄신은 문 대표 자신부터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신당의 목표 의석은.

 “일단 다수 의석을 목표로 삼는다. 젊은이들이 ‘헬(hell)조선’ ‘망한민국’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는 걸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양극의 시대를 마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는 열망이 신당에 모인다면 현재의 여당, 제1 야당과 대등하게 정립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 가능할 것이다. 바닥 민심이 제대로 응집된다면 제1 야당을 무너뜨리고 야권 주도권을 우리가 쥐면서 압도할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 비주류 일각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100석 미만을 얻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치고 재당선이 가뿐하다고 보는 분은 거의 없다고 본다. 80석 얘기가 나오던데, 80석은 무슨 80석인가. 그것도 어렵다고 본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당시 민주당이 호남 30석을 거의 쓸다시피 했는데도 81석밖에 얻지 못했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호남 30석을 자신하나? 수도권은 자신하나? (혁신위는) 어제 정세균 전 대표도 종로에서 다른 데로 가라 그랬는데, 측근이 종로라고 쉽냐고 말했더라. 맞다고 생각한다. 종로는 쉽나? 여기(광주)는 무조건 쉽나? 그렇게 국민들을, 민심을 무슨 자기 호주머니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

 -광주의 한 택시기사가 ‘호남 사람들은 될 사람 밀어주는 스타일인데, 천정배 신당엔 강력한 대선 주자가 안 보인다’고 하더라.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같이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일 안철수 의원도 그래서 만난 건가.

 “저는 안 의원이 변화 가능성이 없는 새정치연합에 미련을 둘 게 아니라 결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012년 대선 때 야권에 희망을 가져다준 건 안 의원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와 친노의 계파 패권주의로 이길 선거를 졌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끌어안지 못한 것은 그들이 가진 패권주의의 발로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선거 패배의 책임도 안 지고, 성찰도 안 하면서 폐쇄적 패권주의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혁신이란 말도 10년 이상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혁신이나 비상이라는 말이 진부한 일상이 돼버렸다. 안 의원이 정치혁명에 대한 바람을 수용해서 새로운 길을 가는 게 국민 요구에 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했는데.

 “광주에서 많은 분의 민심을 접하고 있는데, 오늘도 시민들과 점심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유승민 의원이 훌륭하더라’면서 같이하라고. 저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진보노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수라 하더라도 개혁적이고 합리적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광주=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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