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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한국형 전투기 사업 불투명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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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공군

한국이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만들어 영공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8조5000여억원(생산비 포함 20조원 이상)을 들여 오는 2025년까지 한국형 전투기(KF-X·일명 보라매사업)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 사업을 추진했지만 미국 측이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24일 “KF-X의 핵심 장비인 AESA(고성능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에 착수한 국내업체가 해외업체와 협력하고 있지만 전투기에 들어가는 다른 미국 기술과 이 레이더 체계를 통합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T-50 초음속 훈련기와 FA-50경공격기를 개발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모자라는 기술은 미국의 전투기 제작기술을 전수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고성능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기술을 요구하는 방식(절충교역)이었다. 그래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를 40대(7조3000여억원) 들여오며 25가지 기술 이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4월 핵심기술 4가지에 대해선 이전해줄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해왔다. 4가지 핵심기술은 현대전을 치르는 전투기의 필수 요소인 AESA 레이더, 악천후에도 목표물을 찾을 수 있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 TGP), 고출력 전자파를 쏴 적의 전자장비를 먹통으로 만드는 전자전 재머(RF Jammer) 등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도 이 기술에 대한 수출을 승인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사청이 이런 미국의 입장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 9월 절충교역 합의각서를 썼을 때나 지난 4월 초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했을 때도 이 기술들을 이전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제대로 설명을 해 드리지 못해 (국민께)송구스럽다”며 “애초에 미국은 25가지 중 4가지 기술을 줄 수 없다고 했고, 마지막까지 이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 각서를 체결할 때 미국 측과 얘기가 된 부분이어서 계약을 파기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머지 21가지 기술도 미국이 현재 심의중에 있어 기술 이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21가지 기술에 대해선 1차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만에 하나 추가로 기술 이전이 안된다는 결정이 나올 경우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핵심기술 4가지는 한국 스스로 개발하거나 제3국에서 도입해야 하는 처지다.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을 할 경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려운 데다 유럽 등 제3국에서 기술을 들여올 경우 비용이 늘어나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방사청 관계자는 “AESA 레이더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LIG넥스원이 작년 하반기부터 개발에 착수했다”며 “4가지 기술 중 2가지는 한국이 보유단계에 있고 나머지 두 가지도 유럽에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곳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도 AESA 레이더는 셀렉스사에서, 체계 통합은 사브사에서 각각 담당한 사례가 있다”며 “R&D(기술개발) 특성상 단정적으로 한다 못한다 말할 순 없지만, 목표 시기를 맞추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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