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노총 강경투쟁 깃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노총이 조흥은행 사태를 계기로 파업전선의 전면에 나섰다.

'대화와 타협'을 천명하던 한국노총이 왜 갑자기 강성 투쟁으로 나선 것일까.

한국노총 고위 관계자는 "합리적 노동운동에 귀를 기울이라는 우리의 요구를 계속 묵살하고 물리적으로 밀어붙이는 노동운동에만 관심을 보이는 현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권기홍 노동부 장관에게 "현 정부가 투쟁과 집단행동에만 관심을 기울여 합리적 노동운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27일에는 김금수 노사정위원장에게도 "꼭 파업에 들어가야 그 때 가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고 따졌다.

李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할 때도 이와 비슷한 주문을 하는 등 정부의 노사문제 해결방식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전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민주노총 출신들이 청와대 등에서 노동정책에 깊이 간여하면서 한국노총의 소외감은 더 깊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우리가 힘없는 노조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여기에다 민주노총과의 세력 판도도 영향을 주고 있다. 철도노조에 이어 서울도시철도,대구.인천지하철 노조도 민주노총으로 배를 갈아타는 등 한국노총 이탈이 잇따랐다.

이 같은 기류가 조흥은행 사태를 계기로 한국노총이 강성으로 노선 전환을 꾀하게 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조흥은행의 경우 정부가 독자생존이란 희망을 노조에 심어줬다가 뒤늦게 매각을 서두르자 한국노총으로서는 "역시 힘으로 밀어붙여야 해결된다"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홍보국장은 "우리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조흥은행 사태에 대해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민주노총이 투쟁할 때는 모두 들어주고 한국노총이 투쟁하자 제압부터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노총의 강성 기류를 반영하듯 금융노조와 국민건강보험공단노조.국민연금노조 등 공공노조와 택시노련,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3백여곳의 제조업체들이 오는 30일 동시파업을 벌일 태세다.

방용석 전 노동부 장관은 "산업의 세포를 이루고 있는 한국노총 산하의 중소기업 노조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정부도 손 쓸 수 없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