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 검문소 총기 발사 경찰관 '살인죄' 적용돼 기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구파발 검문소에서 의경에게 권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은평경찰서 소속 박모(54) 경위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 서부지검은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는다는 이유로 박모(21) 상경의 왼쪽 가슴에 권총을 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박 경위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지난달 25일 검문소 내 생활실에서 박 상경을 포함한 의경 3명이 자신을 따돌리고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다 없애버리겠다”고 소리치면서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제거한 뒤 박 상경의 심장 부위를 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박 경위가 박 상경의 죽음을 바라거나 인용할만한 뚜렷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 경찰공무원 등 참고인 13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프로파일러에 의한 심리분석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실시해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위험한 총기를 실탄 장전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사용한 것은 살인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망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위험을 인식하고 한 행위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독일의 이론을 근거로 들었다.
또 검찰은 프로파일러 심리분석 결과 중증 불안증 환자였던 박 경위가 의경들이 자신만 빼고 따로 모여 간식을 먹는 모습에 '자신을 무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의경들에 대한 배신감과 이에 따른 분노가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권총을 발사한 순간에 권총의 반동을 막고 총구를 심장에 정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총탄을 발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박 경위가 이전에도 권총으로 의경을 협박한 사실과 총기 출납대장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협박)과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관할 책임자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검문소 내 총기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총기 불법사용에 엄정하게 대처해 비슷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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