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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일자리 47% 위협 … 사람의 창의·통찰 영역은 침범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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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넥센의 박병호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병호는 6회말에 니퍼트를 상대로 2점을 뽑아내며 넥센의 5점차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

로봇이 기사 쓰고 재산 관리까지 … 경영·예술·종교 부문 대체 어려워
“인간 고유능력 키우는 교육해야”

 흔히 볼 수 있는 프로야구 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는 서울대 이준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만든 ‘로봇 기자’가 작성했다. 연구팀은 프로야구 중계 데이터와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을 활용해 로봇이 기사를 쓰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미 AP·블룸버그 등의 해외 언론사는 속보가 필요한 분야에 로봇 기자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자산관리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해 주는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다. 컨설팅회사 A.T.커니는 앞으로 5년 후에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주류로 부상할 것이며, 이를 통해 관리되는 자산이 미국 내에서만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포레스터 리서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로봇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 2270만 개가 사라진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일자리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IT전문 컨설팅회사인 가트너도 10년 후면 로봇의 발달로 전체 직업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직종별로는 운송·물류부문 종사자, 직업별로는 텔레마케터·보험평가사·현금출납원·부동산중개인 등의 대체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많다.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람이 하기 싫어하거나 할 수 없는 일들을 로봇이 대신 해주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로봇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천재의 창조와 발견,리더의 직관과 판단 등은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명량해전을 앞두고 배가 12척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로봇이 데이터를 읽을 수는 있어도 이순신 장군과 같은 탁월한 선택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술가나 소설가 같이 창의적 지능이 요구되는 직종과 통솔력과 설득력을 필요로 하는 경영파트 직종, 그리고 사람 간의 유대감을 필수로 하는 성직자 등을 로봇 대체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꼽는다.

 한국고용연구원은 이런 기술발달을 고려해 오감인식 기술자(인간 데이터 분석전문가), 바이오프린팅 개발자(인공장기 및 조직 개발) 등 10개 직업을 미래에 새롭게 부상할 직업으로 선정했다.

 이런 일자리 변화를 대비해 해야 할 일도 많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무직이나 일부 전문직종을 첨단과학기술이 대체하는 추세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통찰력이나 창의성 같은 인간만의 고유능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교육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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