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전화기, 나는 보드 … 1989년 영화, 2015년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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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개봉한 ‘백 투 더 퓨처 2’는 2015년의 세상을 그렸다. 안경 모양의 기기로 통화를 하는 장면은 현재 구글 글래스로(위), 날으는 보드는 자기장을 이용해 뜨는 보드로(아래) 실제화 됐다. [중앙 포토]

 범죄자가 된 자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의 미래로 간다. 영상통화, 홀로그램, 다채널 TV 등 신제품에 입이 벌어진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그린 2015년이다. 이미 생활 속에 자리잡은 정보기술(IT)이지만 당시로선 구현하기 힘든 최첨단 미래 기술로 그려졌다. 최근 SK텔레콤 사내 방송에서는 이런 내용을 다룬 ‘영화 속 ICT, 백 투 더 퓨처가 상상한 2015년’라는 주제의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SK텔레콤의 정우용 매니저는 “그럴 듯하게 맞아떨어진 기술도 있고, 너무 앞서나간 예측도 있다”며 “인간이 상상을 이루기 위해 혁신을 하고, 새로운 산업과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한 사내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미래학자들이 꼽은 미래
크기 자동조절 운동화 개발 중
하늘 나는 자동차도 판매 앞둬
초 단위 일기예보는 아직 먼 일

 이에 따르면 몇몇 기술은 영화보다 훨씬 앞서 현실화했다. 영화가 당시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속도를 상상하지 못한 결과다. 마티의 아들·딸은 안경모양의 웨어러블 기기를 쓰고 식사를 하며 전화를 받는데, 이는 ‘구글 글래스’와 유사하다. 구글 글래스는 전화는 물론 음성명령을 활용해 사진 촬영, 인터넷 검색, 길 안내 서비스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마티는 ‘죠스19탄’의 3차원(3D) 예고영상을 보고 혼비백산하는데, 이는 KT가 투애니원·빅뱅·싸이 등의 라이브 무대를 홀로그램으로 공연하는 클라이브(KLive)와 닮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지문인식결제·출입시스템, 6개 채널을 한 화면에서 시청할 수 있는 TV 등도 상용화한 지 오래다. 일상 풍경으로 그려진 공중전화·팩스 역시 스마트폰·e메일에 밀려 사라지는 추세다.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인 기술도 있다. 미래 세계에 도착한 마티가 가장 먼저 본 것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였다. 거리에서 자유자재로 이착륙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테라푸지아·에어로모빌·몰러인터내셔널 등이 자체 시제품을 만들고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에어로모빌의 유라이 바출리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SXSW’에서 “에어로모빌 3.0은 일반 가솔린을 이용해 700㎞를 비행한다”며 “같은 양의 연료로 자동차가 875㎞를 주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비가 상당히 좋다”고 소개했다.

 마티가 타던 공중 부양 스케이트 보드인 ‘호버보드’ 역시 기술이 구현되긴 했다. 미국 스타트업 아르스 팍스가 지난해 개발한 ‘헨도’는 4개의 자석 장치를 이용해 지상에서 2.5㎝ 정도 떠 있고, 여러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다. 마티의 발에 딱 맞게 스스로 사이즈를 조절하던 ‘자동 매듭 운동화’도 나이키와 캐나다의 벤처기업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발을 신으면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를 통해 모터가 작동하고 저절로 신발끈이 묶는 기술이 적용됐다.

 물론 너무 앞서간 부분도 많다. 영화에서는 ‘초 단위’로 일기예보를 에측하지만 현재의 수준은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교체 가능한 신장·피부, 젊게 만드는 회춘 클리닉, 평소에는 손바닥만하다가 조리하면 커지는 즉석 피자,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에너지 변환 기술 등은 먼훗날의 얘기다. 앞서 언급한 비행 자동차도 이착륙을 위해서 최소 수천㎡의 공간이 필요하고, 호버보드도 자기장이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탈 수 있는 등 상용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미래·과거로 시간여행을 갈 수 있게 해주는 ‘타임머신’ 개발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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