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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피자·삼겹살 … 노안 재촉하는 ‘모발 사냥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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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면 피부 트러블이 나타나듯 두피도 계절을 탄다. 일조량이 줄면서 탈모를 촉진하는 남성호르몬 분비가 늘고, 여름철 강렬한 햇볕에 노출된 두피에 각질이 쌓이면 모공을 막아 머리카락이 숭숭 빠진다. 건조한 날씨에 머리결도 푸석푸석해진다. 어느 순간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가느다란 솜털로 변하면서 이마가 조금씩 넓어진다. 정수리가 휑하게 드러나면 고민이 심각해진다.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배게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에도 좌절한다. 그러다보니 두피 마사지를 받거나 탈모예방에 좋다는 민간요법에 의존해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효과적인 탈모 치료·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탈모 시작 연령 31세로 급격히 낮아져탈모는 무서운 병이 아니다. 암이나 심장마비처럼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머리카락이 좀 빠지는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탈모를 겪는 사람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이 증상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탈모가 일어나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비교적 젊은 30대부터 탈모가 시작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홍창권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탈모로 병원을 찾은 1218명의 환자의 나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탈모 발병 연령이 2006년 34세에서 2010년 31세로 어려졌다.


 탈모의 가장 큰 원인은 남녀 모두 유전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대한모발학회 회장) 교수는 “부모나 가족 중 대머리인 사람이 있다면 탈모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탈모 유전자(DHT)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공장(모낭)을 공격한다.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돕는 모낭의 크기를 조그맣게 수축시킨다. 주기적으로 성장기→퇴행기→휴지기를 반복하는 머리카락 성장기를 대폭 줄인다. 그 결과,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 대신 가늘고 얇은 머리카락이 늘어난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면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이 가늘고 약한 솜털로 변한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이양원 교수는 “헌 머리카락이 빠지고 새 머리카락이 나는 성장기가 짧아지면 모발 성장 균형이 깨져 탈모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탈모 초기에는 퇴행기 모발 비율이 높아지면서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늘어난다. 머리카락이 하루 평균 50~80개 정도 빠진다면 정상이다. 하루 100개 이상 지속적으로 빠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탈모 유전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증상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심하다. 전체적으로 풍성했던 머리숱이 듬성듬성해진다. 여성은 앞머리선(헤어라인)은 유지되면서 정수리를 중심으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남성은 양쪽 이마가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이마가 넓어지다 남성호르몬 영향을 덜 받는 뒷머리만 남으면서 대머리가 된다.


“대머리 정력 세다”는 근거 없는 낭설테스토스테론은 몸속에 있는 5-알파 환원 효소와 만나면 탈모 유전자로 바뀐다. 흔히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는 오해도 여기에서 나왔다. 탈모가 나타날만큼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많을 것에서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대머리와 정상 모발을 가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비교했지만 별 차이는 없었다. 탈모 유전자가 남성 호르몬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탈모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겉으로 보기 멀쩡하지만 머리카락이 가늘어졌다거나 예전보다 많이 빠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탈모 치료 적기다. 이미 가느다란 솜털로 변했다면 머리숱이 풍성했던 예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심 교수는 “오랫동안 탈모가 진행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모낭 자체가 사라진다”며 “모낭이 살아 있는 초기 단계에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탈모가 많이 진행한 사람은 마지막 방법으로 모발이식술을 고려한다.


  여성 탈모는 바르는 약으로 치료해야약물치료는 크게 탈모 부위에 바르는 약과 먹는 약 두 종류가 있다. 바르는 탈모약(미녹시딜)은 두피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머리카락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 더 적극적으로 탈모를 치료한다면 꾸준히 탈모약(프로페시아·아보다트)을 먹는다. 탈모 유전자 활동을 억제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막는다. 약효는 탈모 약을 복용하는 동안 유지된다. 만일 탈모약 복용을 3개월 이상 중단하면 억제됐던 탈모 유전자가 다시 활성화돼 탈모가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한다. 이 교수는 “여성은 증상이 남성보다 심하지 않고 가임기 여성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바르는 탈모 약으로만 치료한다”라고 말했다.


 탈모를 재촉하는 생활습관도 고친다. 치킨·피자·삼겹살 같이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은 피한다. 콜레스테롤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탈모 유전자를 자극한다. 동양보다 미국·유럽에서 대머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어렸을 때부터 탈모를 억제하는 피토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콩·두부·된장·청국장·도라지·칡 등을 자주 먹는 식습관을 길러 주는게 좋다.


 흡연·음주·카페인도 탈모를 촉진한다. 니코틴·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두피 혈액공급을 방해한다. 음주는 모근의 피지분비를 늘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게 한다. 탈모 방지 샴푸에 의존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 교수는 “두피 상태를 개선할 수 있지만 탈모를 막거나 머리카락을 나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 탈모방지 성분을 두피에 흡수시킨다며 거품을 오래 묻히고 있으면 계면활성제 같은 화학성분이 두피를 자극해 오히려 예민해진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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