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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빈곤국 탈출한 경험 전수해 세계적 ‘소프트파워’ 국가로 도약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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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6 면

9월 25~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정상회의가 채택할 예정인 ‘2030 지속가능발전 어젠다’는 ‘사람과 지구를 위한 21세기의 새로운 헌장’이라고 불리는 국제협력 의제다. 세계 경영 패러다임을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변환시켜 나가자는 시도다. 특히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모든 나라의 국가 패러다임을 변환시켜 나가기 위한 행동계획으로 우리의 경제와 국가 경영에 끼치는 의의도 크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다행이고 또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어젠다를 어떠한 시각에서 보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한국이 지속가능발전 위기에 처해 있음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 세 모녀의 동반자살은 한국의 절대 빈곤층과 빈약한 사회안전망의 현실을 보여 준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전개되고, 소득 분배는 나빠지고 있다.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중산층의 살림은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노인 빈곤율이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여성 취업률은 최하이고,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는 최고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아마 최하위권일 것이다.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 없이는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없다. 공직사회와 정치권은 부패하고 무사안일하다. 시민사회는 분열돼 있고 무질서하다. 한마디로 한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는 우리만이 아니다.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겪는 문제다. ‘아랍의 봄’, ‘월스트리트 점령’, 이슬람국가(IS)의 대두, 난민사태, 각종 기상 재해 등으로 이들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모두 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세계 경제의 끊임없는 성장, 자원 고갈 및 각종 폐기물 배출, 글로벌화에 따른 문제다.


이런 문제를 우리의 힘으로만 극복하기에는 벅차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세계 및 국가 경영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 어젠다’는 이를 위한 대책이다.


이 어젠다는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169개의 세부목표(targets)로 구성돼 있다. 2030 어젠다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도 낙오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송파구 세 모녀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거시적 지표에 의해 국가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지표를 성·연령·소득·장애·인종·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목표를 추구한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SDGs 체제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의 여러 위협요인을 종합적·체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의 지속가능발전 추진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필요하면 SDGs 체제를 한국의 여건에 맞게 조정하고 국가 비전과 계획·예산·법체계 등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최고위 점검·평가기구로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기존 동명의 위원회를 대체해야 한다. 위원회를 정점으로 하되 각급 지방정부·시민사회·국회 등이 참여하는 다핵적 구조를 갖춰 SDGs를 공유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차원의 지속가능발전 협력에서 적극적 리더십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창의적이고 세련되고 효과적인 소프트파워를 구축하고 구사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의 강대국들과 대등한 국제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길이다. 우리의 성공적 발전 경험이 자산이 된다. 몇 가지를 제시한다.


①SDGs 달성을 위한 제반 국제협력에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에 적극 참여한다.


②공적개발원조(ODA)를 ‘현대화’한다. 현재 한국의 ODA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13%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이를 0.7%로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발표한다. 아울러 외교부와 기획재정부로 이원화된 ODA 집행체제를 일원화한다.


③새마을운동 등 한국의 성공적 개발 경험을 개도국의 역량 개발을 위해 공유하는 ‘지식공유사업(KSP)’을 SDGs에 적응시켜 업그레이드한다. 현재 KSP 집행조직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내 국제개발센터(IDC)를 캐나다의 국제개발연구센터(IDRC)처럼 독립, 확대 운영하고 빈곤개도국 개발 문제 연구의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④대학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현지에서 기술을 공동개발한다. 대기업의 경영자원을 활용해 빈곤개도국에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운영을 지원한다.


⑤SDGs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기후변화와의 투쟁이다. 이를 위해 녹색성장의 관점에서 적정한 장단기 자발적 저탄소화 방안을 도출해 토론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⑥북한도 유엔 회원임을 감안해 북한과 함께 한반도에 대한 혹은 한반도를 포함하는 지역 점검·평가체제를 운용한다. 이것은 통일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⑦국민이 지속가능발전의 능동적 추진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발전의 의미와 주요 과제 및 추진방안에 관해 교육한다.


양수길 유엔 SDSN 국제전략이사 겸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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