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메르스 막으려면 환자 지적에 귀 기울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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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섀넌 오켈리 UCLA 메디컬센터 최고운영책임자는 한국 병원들이 메르스의 경험을 병원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림대의료원]

“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같은 감염병을 막으려면 정부가 말하는 조치보다 한 발짝 더 나간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병원 내 의료진과 환자가 입은 옷 전부를 버린다 같은 겁니다.”

 경기도 화성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14일 만난 섀넌 오켈리(51) UCLA 메디컬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한림대의료원이 주최한 ‘한림-UCLA 공동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UCLA 메디컬센터는 미국 병원 평가에서 3~4위권에 드는 의료기관이다. 오켈리는 진료와 서비스 등 센터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오켈리가 이날 찾은 동탄성심병원은 지난 6월 메르스에 따른 첫 번째 사망자(57·여)가 나온 곳이다. 하지만 추가 감염자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숨진 환자가 머물렀던 중환자실에서 방호복 착용과 수십 번의 손 씻기, 세척액을 이용한 청소가 매일 이뤄진 덕분이다. 접촉이 의심되는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격리 원칙도 철저히 지켜졌다.

 UCLA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에볼라 의심 환자를 진료했지만 보호 장구를 아예 분리된 장소에서 입거나 벗게 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새로운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오켈리는 “에볼라를 경험해본 입장에서 한림대의료원이 메르스 사태에 접근한 방식이 옳았다고 본다. 감염내과 전문의와 감염 전담 간호사가 팀을 이뤄 병동 내 감염관리를 감독하는 것은 다른 병원이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경험’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경험이란 단순히 환자 만족도가 높거나 시설이 좋다는 차원을 넘어 환자가 느끼는 전반적인 의료의 질”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의사·간호사의 진료 실력도 이에 포함된다. 한림대의료원은 최근 수년 동안 평가 설문지를 만들어 환자 경험을 측정해왔다. 오켈리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환자 경험을 조사하고 병원들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공개해야 의료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UCLA 메디컬센터는 의사가 회진을 돌 때 한 달에 6번씩 간호사, 행정직·기술직 직원 등도 참여한다고 했다. 오켈리는 “환자가 평소 체감하는 음식이나 시설, 진료 등에 대한 의견을 모두 듣고 곧바로 고치기 위한 일이다. 환자가 원하면 심지어 침대나 식사 메뉴도 곧바로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유경호 한림대성심병원 진료부원장은 “감염병은 병원 응급실에서 차단하는 게 최상이다. 우리 병원에서도 응급실 내 음압격리시설을 확충하는 등 시설 보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성 한림대의료원 경영전략국장은 “국내 병원들이 외형적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의료 서비스나 기초 연구는 여전히 취약하다. 연구비 지원을 통해 의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환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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