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6억 롤스로이스 팬텀, 5억 벤틀리 뮬산이 업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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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 가운데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롤스로이스 팬텀. 지난해 5대가 한국에 수입됐다. 대당 수입 신고 가격은 평균 5억9000만원이었다. 주인은 개인이 아닌 회사였다. 팬텀 5대 모두 사업자가 업무용 차량으로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구입했다. 가격으로는 롤스로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벤틀리의 대표 모델 뮬산. 지난해 6대가 한국에 들어왔다. 한 대 값이 평균 4억7047만원에 달했다. 역시나 6대 모두 법인이 수입해 업무용으로 등록했다. 대당 4억1000만원짜리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지난해 28대 수입됐다. 한 대도 빠지지 않고 사업자가 업무용으로 등록해 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15일 발표한 내용이다. 이들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2억원 이상 수입차 가운데 87.4%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수입차량 가격대별 업무용 차량 비중은 1억5000만~2억원 88.0%, 1억~1억5000만원 80.3%, 5000만~1억원 49.2%, 5000만원 미만 22.4%였다. 차량 값이 비쌀수록 업무용으로 등록되는 비율이 높았다.

윤 의원은 “고급 외제차라도 법인 명의로 등록하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일부 고소득 사업자가 탈세를 저질러 왔다”며 “차량 구매부터 비용 처리까지 제값을 지불하는 개인과의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차량 가격에 상관없이 법인이 업무용으로 등록하면 구입비(리스비 포함), 각종 자동차세, 보험료에 유류비까지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차량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윤 의원은 설명한다.

기재부는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통해 세제 혜택을 주는 업무용 차량의 조건을 엄격히 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개정안 가운데 “운행 일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절반의 비용을 인정해주고, 회사 로고가 있으면 비용을 100% 인정해주는 부분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용 인정의 한도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용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과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 롤스로이스 팬텀, 벤틀리 뮬산, 롤스로이스 고스트[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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