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르츠 개혁 후 노동시장 유연화 … 독일경제, 병상 벗어나 뜀박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4호 3 면

노동개혁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게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만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게 “현재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슈뢰더 총리가 2003년 단행한 하르츠 개혁이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하르츠 개혁은 당시 독일 개혁의 청사진인 ‘어젠다 2010’의 핵심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후 실업률이 높아지고 복지지출이 늘면서 경기는 침체에 빠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2년 2월 폴크스바겐의 인사담당 임원이던 페테르 하르츠를 위원장으로 노동시장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경영계·노동계·학계의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같은 해 8월 ‘하르츠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내용은 ‘하르츠Ⅰ~Ⅳ’로 법제화돼 2003~2005년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노동시장 유연화, 실업자 복지혜택 축소, 창업 활성화가 핵심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하르츠Ⅰ은 신규고용 확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중심이다. 실업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인력알선 대행사(PSA) 도입, 단기간 근로 및 파견 근로 규제 완화, 고령자 취업 지원 등이다. 하르츠Ⅱ는 저임금 일자리인 미니잡(mini-job) 늘리기, 실업자의 자영업 창업 지원, 잡센터 설립 등이다. 하르츠Ⅲ는 연방고용청을 직업소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르츠Ⅳ는 장기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적법하게 알선된 일자리를 거부할 경우에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개혁이 추진되면서 2003년 64.6%이던 독일의 고용률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70.2%로 뛰었다. 지난해 말 현재 고용률은 73.8%.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다시 일으키려면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개혁의 골자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연금과 사회보장 제도를 개선해 위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하르츠 개혁은 독일 경제회복의 원동력으로 평가받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고용은 늘었지만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가 늘고 사회안전망도 축소됐다는 비판이다. 슈뢰더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결국 2005년 총선에서 패배해 물러났다. 이후 등장한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슈뢰더의 개혁을 그대로 추진했다.


위원회를 이끌었던 하르츠 박사는 최근 방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려면 그전에 당사자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