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대혁명 뒤 프랑스가 ‘과자의 나라’ 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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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강혜영 그림
돌베개, 280쪽, 1만4000원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김중석 그림
돌베개, 268쪽, 1만4000원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프랑스식 과자 마카롱의 고향은 본래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16세기 프랑스 왕실로 시집오면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전파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루이 16세에게 시집온 마리 앙투와네트도 쿠글로프 같은 고향의 과자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프랑스 과자를 풍요롭게 한 건 궁중의 여인들만이 아니었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앙투와네트를 단두대에 올린 프랑스 대혁명 역시 톡톡히 기여했다. 왕실이나 귀족을 위해 일하던 요리사들은 혁명 이후 레스토랑이나 과자점을 열었고, 이는 고급스런 미식문화가 상대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계기가 됐다.

 도쿄대 대학원 교수이자 유럽 중세사를 전공한 저자는 이처럼 한 종류 음식을 통해 그 나라 역사를 훑어간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노라면 주식도 아닌 과자로 이런 작업이 가능할까 싶었던 의심이 프랑스사라면 그럴만도 하다는 끄덕거림으로 바뀐다. 그러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파스타는 말할 것도 없다. 파스타는 사실 17세기 후반까지 서민 밥상에는 명절·축제 때나 오르던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되기까지 파스타의 역사에서는 한때 게르만의 지배를 받았고, 근대 통일국가의 형성도 유럽 다른 지역보다 늦었으며, 남·북의 경제적·문화적 차이가 진작부터 뚜렷했던 이탈리아의 역사가 국수가락 풀 듯 흘러나온다.

이제는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파스타가 자국 안팎에서 겪은 수난사도 흥미롭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국 이민 초창기에 파스타는 현지에서 후진적 식습관으로 무시를 당했고 이탈리아 내에서도 미래파 같은 예술운동세력에 의해 타파해야 할 구습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두 책 모두 먹거리를 통해 역사에 친근히 다가가는 시도이자, 미식가의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읽을거리로 제격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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