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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리온, 비행거리 1.6배 늘려 독도 왕복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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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개발한 국산 다목적 기동 헬기 수리온이 최근 ‘독도 왕복 비행’에 성공했다. KAI 관계자는 10일 “수리온 파생형 기체가 최근 3시간여에 걸쳐 포항~독도(약 524㎞) 왕복 비행에 성공했다”며 “임무를 마치고도 1시간 정도 비행을 더 할 수 있는 분량의 연료(약 1100파운드)가 남아 최장 비행시간은 4시간대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수리온은 전투용을 기본으로 수송용과 구조용, 공중강습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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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최초 개발 당시 수리온 기본형의 체공시간은 2시간30분가량으로 항속거리가 443㎞에 그쳐 비상시 독도 같은 장거리 격오지에 신속히 병력과 인력을 파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리온은 현재 육군에서 사용 중인 기본형(연료탱크 4개)과 경찰청에서 사용 중인 기체(연료탱크 5개)의 두 가지 기종을 운용 중이다. 이번에 독도 왕복 비행에 성공한 수리온 파생형은 기체 내부에 총 6개의 연료탱크를 장착해 항속거리를 늘린 게 특징이다. 기존 연료탱크에 탈·부착이 가능한 내부형 연료탱크 한 개를 추가로 장착했다. 수리온 파생형의 최대 항속거리는 729㎞에 달한다.

 파생형의 작전 중량은 1만9200파운드(약 8709㎏)다. KAI 관계자는 “독도 왕복 비행 당시 조종사와 승무원 외에 임무 장비를 모두 갖춘 탑승자 7명(700㎏)을 싣고 이동토록 해 실제 작전에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도 확인했다”며 “발주처가 요구한 사양을 완벽히 충족시킨 결과를 얻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수리온은 2006년부터 KAI 등이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을 완료한 국산 헬기다. 우리 군이 보유 중인 500MD와 UH-1H 같은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리나라는 수리온 개발로 세계에서 11번째 헬기 개발국이 됐다. 현재 30여 대가 국방부와 경찰청에 납품돼 운용 중이다. 대당 가격은 기본형이 200억~250억원, 독도 왕복 비행에 성공한 파생형 기체는 300억원가량이다.

 이번 독도 왕복 비행 성공으로 국내외 중대형 헬기 수주전에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업계에선 앞으로 25년간 수리온급 헬기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1000여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KAI는 이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수리온은 개발 초기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시한 영하 40도의 비행 등 총 50여 회의 비행시험과 121개의 항목에 대한 테스트를 거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출을 위해선 넘어야 할 숙제도 있다. 충분한 납품 실적을 쌓는 게 우선돼야 한다. 헬기 운용 목적별로 다양한 파생형 기체를 만드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당장 국내 시장 수요를 잡는 것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도 강원소방본부는 중대형급 헬기 충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수리온을 배제한 채 외국산 헬기 도입을 추진 중인 게 대표적이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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