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으면 갑상샘암 초음파 검사할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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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은 갑상샘암 초음파 검진을 하지 말고, 20세 이상 여성은 3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조기 검진을 위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는 게 좋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7대 암 조기 검진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9일 발표했다. 2002년 제정된 5대 암(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 검진 기준을 최신 연구를 반영해 고치고, 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과 발생률이 가장 높은 갑상샘암의 검진 기준을 새로 내놓았다. 이로써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7가지 암에 대한 검진 기준이 정리됐다.

 이 작업은 보건복지부의 용역으로 진행됐다.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암검진 권고안 제·개정 위원회’가 2013년 7월부터 2년간 논의해 결과물을 내놨다.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줄여 낭비를 막는다는 취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국가암검진 사업의 검진 프로그램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암 검진이 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 비용 효율성 등을 따져 검진별로 등급(A, B, C, D, I)을 매겼다. A등급은 ‘적극 추천’, B등급은 ‘추천’, C등급은 ‘의사의 판단과 환자 의사에 따라 선택’, D등급은 ‘비추천’, I등급은 ‘추천할 근거 불충분’을 의미한다.

 위원회가 A등급으로 분류한 검진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와 간암 고위험군에 대한 간암 검진이다. 가이드라인은 만 20세 이상 여성은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3년마다 자궁경부세포도말검사 또는 액상세포도말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이러한 검사는 자궁경부암 발생을 약 65% 감소시키고,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64% 낮춘다.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상피이형성증(세포가 변형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수술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간경화증 환자는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검진을 받은 경우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37% 정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근거가 됐다.

 위암·대장암·유방암·폐암 검진은 B등급으로 분류됐다. 40∼74세 성인은 증상이 없어도 2년 간격으로 위내시경을 이용한 위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45∼80세 성인이라면 누구나 1~2년마다 대변 검사(분변잠혈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위원회는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해 출혈이나 천공(구멍 뚫림)의 위험이 있으므로 의사의 판단이나 환자의 의사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도록(C등급) 했다. 유방암 검진을 위해 40∼69세 여성은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유방촬영술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유방초음파 검사는 불필요하다. 또 30년 이상 하루에 담배 한 갑씩을 흡연한 55∼74세 폐암 고위험군은 매년 흉부CT 촬영을 하라고 권했다.

 최근 과잉 진단 논란을 부른 갑상샘암의 초음파 검진은 I등급으로 분류됐다. 위원회는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이물감이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립암센터 김열 암관리사업부장은 “암 검진을 권하는 이유는 조기에 발견해 완치될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갑상샘암은 검진으로 암을 발견해 수술을 하든, 검진을 하지 않든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갑상샘암 검진에 대해 “과잉 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수술하게 되는 경우 목소리 변화를 겪거나 지속적으로 칼슘제를 복용해야 할 수 있으며, 갑상샘 호르몬을 영구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갑상샘암 조기 검진은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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