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화하는 對北제재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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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기구(TCOG) 회의에서 북한의 불법행위에 적극 대처키로 합의함으로써 3국이 사실상 대북 제재의 기반을 마련했다. 북한의 마약 거래와 위조지폐 등을 겨냥한 합의였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 강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대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일이 참여한 5자회담 제의에 북측 반응이 없거나 핵처리 등 추가조치가 있을 경우 유엔안보리 상정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 해결에 호응이 없을 경우 대북 경수로 사업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등 3국 모두 현 상황에서 대북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의기투합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처럼 강경한 입장 표명은 지난 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유엔안보리에 북한의 핵사찰 거부 사실을 보고한 이후 북측의 호응이 없었고 4월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 이후 미측 입장이 분명히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자대화를 고집하는 북측 자세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게다가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 2개월간 북한이 이란 수송기를 이용, 미사일을 수출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억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난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회의를 긴급 소집해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TCOG회의 역시 대북압박의 불가피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남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식을 가졌다. 또 이달 말 금강산에선 7차 이산가족 상봉도 예정돼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러한 남북교류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국제 상황이다. 북한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또 이러한 남북의 행사가 의미를 가지려면 북핵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는 한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뿐이라는 현실을 북한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