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에 경고등…내년 국가채무 비율 첫 40% 대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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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9월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전망한 2016년 나라 빚 규모는 615조5000억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6.4%로 관리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8일 발표된 정부의 내년 예산안과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년 전 예상보다 29조7000억원 늘어난 645조2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지난 7월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을 위해 9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는데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따라 등기 과정에 필요한 주택채권의 발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는다고 해도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114.6%다. 그러나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우려된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에 따라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년에 122조9000억원인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은 2019년엔 140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더구나 법으로 규정돼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지출 비율은 올해 46%에서 2019년엔 52.6%로 높아진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어선 것은 일종의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며 “안정적으로 국가채무를 관리할 수 있는 ‘페이고(Pay-go)’ 같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고는 예산이 필요한 법안을 발의할 때는 재원마련 대책을 함께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도 페이고 원칙을 재정준칙으로 법제화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국회가 이를 달가워하질 않고 있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이고 원칙을 담은 법안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지 분야의 지출 구조조정과 증세도 대책으로 거론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과도한 보편적 복지 대신 선별적 복지를 하면서 복지 분야의 지출 조정이 필요하다”며 “복지 분야를 대상으로 페이고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페이고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국가채무를 갑자기 줄이면 경기나 서민 복지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세원을 확충하면서 국가채무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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