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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8주 무역실습, 글로벌 취업 뚫은 가톨릭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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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4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창업 경진대회에서 한 학생이 자신이 만든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고 있다. 이 학교는 매 학기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창업 관련 발표회를 연다. [김경빈 기자]

“취업 자체가 ‘헬(hell·지옥)’이다.” 지난 6월 한 서울 소재 사립대 익명 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랐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인 필자 자신이 ‘취업 지옥’에 빠져 있다고 표현했다. “서울시내 대학의 경영·경제과를 나와도 대기업에 가기 어렵다. 취업하려 노력했던 시간이 후회된다”는 한탄이었다.

 본지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리비(Leevi)와 함께 2006년과 2015년 상반기 취업시즌(5~6월) 대학 관련 게시판 11곳에 올라온 글 4만2074건을 분석해 보니 요즘 대학생들은 10년 전에 비해 취업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학생이 ‘취업’ ‘취직’이라는 단어와 함께 올린 글을 분석한 결과 ‘(취업이) 답답하다’(123건→98건)는 표현은 줄어든 대신 ‘답이 없다’(0건→236건)는 표현은 크게 늘었다. ‘탈락’(177건→137건)이라는 단어 대신 ‘포기’(273→768건)를 쓰는 경우도 많았다.

 10년 새 좁아진 ‘취업 문’을 반영하듯 학생들의 취업 글은 한층 거칠어졌다. ‘자살’을 언급하는 경우도 10년 새 세 배(68건→197건) 늘었다. 취업난은 ‘좋은 대학’의 기준마저 흔들고 있었다. 분석을 담당한 리비의 홍사욱 연구원은 “학교를 비교하는 대학생들 글에서 입학 성적(수능·등급컷)에 대한 언급은 줄고 취업·고시 등 졸업 후 성과를 따지는 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이런 상황에서 취업난을 돌파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본지가 진행한 대학교육의 질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대학에선 맞춤형 진로교육,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한 융·복합 수업·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학이 가톨릭대다. 2014년 이 대학을 졸업한 김현덕(26·프랑스어문화학)씨는 현재 독일계 플랜트 운반회사(모로코 지사)에 근무 중이다. 그가 해외 무역 전문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학교가 제공한 현장실습 덕이다. 지난해 김씨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무역회사에서 8주간 일했다. 대학은 그에게 경비 300만원을 지원하고 실습기업의 임직원을 ‘현장교수’로 선정해 밀착 지도하게 했다.

 김씨는 “베트남에서 무역실무와 팀워크를 몸으로 배운 덕에 원하던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가 현장실습 기회를 준 학생의 78%는 인문사회계열이다.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학교도 있다. 인하대 재학생들은 현장실습, 인턴 프로그램에 대한 재학생의 만족도가 높았다(6위). 이 대학은 2006년 국내 최초로 재학생을 해외의 ‘동문 기업’에 파견하는 해외인턴십을 도입했다. 한 학기 동안의 파견기간 동안 매달 경비(600~1600달러)를 지원한다.

 동국대는 “진로·취업정보 제공에 적극적”(6위)이라는 평가를 재학생들에게서 받았다. 이 대학은 국내 최초로 입학부터 졸업까지 맞춤형 진로교육을 하는 ‘드림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년에 따라 진로 탐색(1학년)→대인관계·프레젠테이션 기법 학습(2·3학년)→면접·자기소개서 작성 등 취업 실전전략(4학년) 등을 배운다. 이승훈(27·경영3)씨는 “학년별로 계획에 따라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창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교들도 있다. KAIST는 학생 5명 중 넷(81.5%)으로부터 “창업 동아리가 활발하다”고 평가받았다. KAIST 학생 5명이 만든 스타트업 기업 ‘바이써클’은 지난달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학교가 주선한 컨설턴트와의 상담이 큰 도움이 됐다.

 서강대는 지난해 벤처기업가를 양성하는 전공을 개설했다. 창업을 위해 필요한 여러 지식을 각각 해당 학과에서 배울 수 있다. 예컨대 국문과 학생이라면 창업에 필요한 경제·경영·공학·인문학 등 필요한 기초·실습과목 이수가 가능하다. 이 학교는 창업하는 재학생에게 최대 5년간 창업휴학을 허용한다.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박유미·남윤서·현일훈 기자, 심송진·구세미·이화 연구원 ◆취재 참여=이설(중앙대 경영 졸업)·이유경(연세대 정치외교4)·김벼리(성균관대 국문4)·최문석(조선대 역사문화4)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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