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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차' 티코로 시작한 24년 경차 역사

중앙일보

입력

경차는 ‘가벼운 차’를 뜻하는 경차(輕車)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법률상 ‘경제적인 차’를 뜻하는 경차(經車)가 맞다. 정부는 국민이 사는 데 어려움이 없고 구입 후에도 유지비가 싼 차를 만드려는 목적에서 지금의 경차 계획을 세웠다.

국산 경차 시대를 연 건 1991년 출시한 대우차(현 한국GM) 티코(Tico)다. 티코란 이름은 작지만(Tiny) 탄탄한(Tight) 차란 뜻의 앞 두글자(Ti)와 편리하고(Convenient) 아늑한(Cozy) 친구(Companion)란 뜻의 앞 두글자(Co)에서 따왔다. 자체 개발 능력이 없던 대우는 1988년 출시한 일본 스즈키의 경차 알토를 바탕으로 티코를 개발했다.

3기통 엔진을 단 티코는 이름처럼 배기량(800㏄)이 작았다. 차량 무게가 640㎏에 불과해 리터당 연비는 24.1㎞였다. 가격도 당시 300만~400만 원 정도로 저렴해 출시 첫 해 3만대를 판매했다. 1996년 기름값이 폭등하자 티코의 연간 판매는 10만 3000대까지 늘어났다. 말 그대로 '국민차'였다. 루마니아ㆍ불가리아ㆍ폴란드ㆍ체코로 수출할 정도로 인기였다.

여기 자극받은 현대차가 1997년 아토스(Atoz), 기아차가 1998년 비스토(Visto)를 각각 출시했다. 아토스는 출시 직후 경차 판매 1위에 올랐지만 98년 대우가 티코의 후속 마티즈를 내놓으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아토스는 2002년 단종됐다. 마티즈는 2011년 쉐보레 스파크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2004년 출시한 비스토의 후속 모델이 모닝이다. 모닝은 소형차로 분류됐지만 2008년부터 경차 배기량 기준이 800cc에서 1000cc 미만으로 올라가면서 경차에 포함됐다. 이후 경차 판매 1위를 내주지 않았다. 모닝을 기초로 만든 기아차 ‘박스카’ 레이는 2011년 출시됐다.

최근 출시한 경차들은 각종 안전ㆍ편의장비가 넘쳐나고 주행 안전성도 뛰어나 ‘최소한의 기능만 갖춰 실용성을 추구한다’는 경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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