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래프, 북한 공개재판 동영상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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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텔레그래프가 공개한 북한 인민재판 장면. 남성 2명(원 안)이 재판을 받고 있다. [텔레그래프 캡처]

미국 영화를 봤다고 인민재판을 받고 9개월간 강제노동을 해야 하는 나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북한의 인민재판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국의 인권단체 ‘유럽북한인권협회(EAHRNK)’가 북한 전문매체 뉴포커스와 협력해 촬영했다는 동영상은 약 12분 분량이다. 2013년 9월 12일 함경북도 청진에서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 공터에 모인 100여 명의 주민 앞에서 북한 당국이 27세와 30세인 두 남성에게 확성기로 판결을 내리는 장면이다.

 동영상에는 판사 역할의 북한 당국자가 “피고들은 자본주의의 썩은 사상에 빠진 자”라고 비난한 뒤 “남파된 요원들이 피고들의 ‘범행’ 사실을 적발했다. 피고들에게 청진 화력발전소에서 9개월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선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영상 속 2명의 남성은 아무런 변론도 하지 못했다. 이들은 2012년 말과 2013년 초 영화를 보고 USB에 저장했다가 DVD플레이어에 복사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들이 어떤 영화를 봤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북한의 (인민)재판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서구 문물을 접하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 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생활할 때) 내가 영상을 구해 오면 어머니는 커튼을 치고 동생은 복도에서 망을 보는 등 역할 분담을 했 다”며 “미국과 한국 영상이 주민들에게 퍼지는 것은 북한 당국엔 공포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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