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노동개혁 화두, 재벌개혁 논란으로 변질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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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을 놓고 노사정 대타협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재계가 “재벌개혁 논란으로 변질시키지 말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대기업 580여 개사를 회원사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우리나라 경제위기 현황과 재벌에 대한 오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사전에 예정되지 않은 긴급 자료였다.

 전경련은 이를 통해 “수출·내수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까지 3재(災)가 겹친 와중에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시장 유연화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노동계는 투자·고용에 도움이 안 되는 ‘재벌개혁’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고용 등으로 실업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대기업)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재벌개혁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경련·대한상의·경총 등 경제 5단체가 노동계에 진지한 ‘노동개혁 협상’을 촉구하고 나서자 즉각 맞받아쳤다. 특히 한국노총은 “기업들이 710조원이 넘는 ‘사내 유보금’을 투자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이후 정치권도 거들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국회 연설에서 “노동·공공·교육·금융의 4대 개혁이 성공하려면 재벌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3일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을 통해 ‘황제·총수 경영’을 지적하면서 “4대 개혁에 재벌개혁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동개혁 화두가 갑자기 재벌개혁 논의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긴급 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대기업 ‘사내 유보금’만 해도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금뿐 아니라 각종 투자액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측은 “30대 그룹의 유보금 710조원 대부분은 공장·기계 투자 등으로 잡혀 있고 현금·단기금융상품 등은 118조원뿐”이라며 “현금 역시 인건비·운영자금 등에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일각의 주장처럼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를 대기업으로 확대할 경우 취업 쏠림을 가중시켜 중소기업 인력난을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특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전개되고 있지만 전경련은 “획일적 지배구조를 강요하면 투자에 쓸 자금을 구조 개편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판을 많이 받는 순환출자의 경우 2013년 9만7000개에서 현재 459개로 줄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힘을 내게 격려가 필요한 상황인데 노동계·정치권은 반(反)대기업 여론만 퍼뜨린다”며 “노동개혁부터 매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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