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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은퇴 팁] 임금피크제 시행되면 DB형 퇴직연금 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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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명수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크게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IRP(개인퇴직연금)가 최근 명함을 내밀었지만 판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평균임금에 따라 사전에 확정되는 것으로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진다. DC형은 회사에서 1년마다 근로자의 퇴직금을 산정해 근로자 개인의 퇴직연금 통장에 넣어주면, 그것을 근로자가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은 DB형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7대 3으로 DB형의 압도적 우세다. 근로자 입장에선 DB형에 큰 불만이 없다. 어떤 경우라도 퇴직 급여가 임금 상승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측이다.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에 미치지 못할 때 회사 돈으로 그 차이를 메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저금리가 지속돼 퇴직연금 운용에서 부실이 생긴다면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미국 GM이나 크라이슬러, 델타항공 등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약속한 DB형 퇴직급여를 채우지 못해 파산하거나 엄청난 적자를 낸 적이 있다.

 올 들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건 이들 미국 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DC형 전환은 노조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지만 연금 운용의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근로자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앞으로는 DC형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저금리도 저금리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고용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임금피크제 아래에서 DB형을 택한다면 정년은 늘어났어도 퇴직 급여는 무조건 줄게 돼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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