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우리나라 유일의 장막극공모라 할 도의문화저작세 희곡부문이 연조를 쌓아가면서 대극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참여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기성·신인을 막론하고 참여폭도 넓어졌지만 작품수준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엄격한 예심을 거쳐 본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땅으로 가는사람들』『고려별곡』『아리안느의 줄』 『바람이여 넋이여』『메야 마이다』 등5편이었다.
그런데 이색적인 소재와 기발한 착상이 많았던 이번의다섯 작품중에서 『땅로 가는 사람들』은 구성이 제대로 안됐을 뿐만아니라 성격구축도 미약했다.
작가의 지나친 겉멋은 리얼리티를 감소시킬 뿐이다.
몽환극적 스타일의 『고려별곡』 역시 플로트가 탄탄치 못해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으며, 도시와 농촌을 대각적 입장에서 다뤄본 『아리안느의 줄』은 빼어난 기교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약했다.
따라서 전봉준의 동학혁명을다룬 『바람이여 넋이여』와 조선조후기 사대부의 횡포를 제의극스타일로 묘사한 『메야 마이다』가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다.
전봉준의 비극적 생애는 문학작품으로 여러번 형상화되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범용한 인간으로서의 전봉준을 아무런 가식없이 묘사한 점이 과거의 영웅극들과 다른 점이었다.
갈등이 부족한 것이 흠이었으나 제주 부리지 않는 작가의 성실한 자세를 높이 샀기 때문에 가작으로 뽑았다.
결국 강원도 해안마을의 과거 삶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조명한 『메야 마이다』가 오랜만에 당선작에 오르게 된것이다.
특히 해낭제를 작품속에서 적절히 살린것도 좋았다.
따라서 『메야 마이다』 를 당선작으로 뽑는데 심사위원 전원이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심사위원
이근삼·유민영·손기상

<『저문밖…』은 속도감있는 문장·때벗은 감성·의욕적 주제>
우리가 본심에서 읽은 작품은 『난향의 노예들』 (안병규작) , 『미모사의 집』 (최규성작) ,『그렇게 차갑게 부는』 (이윤연작) , 『에르크시르』 (조정희작) ,『저 문밖에 어둠이』 (이수광작)등 5편이다.
먼저 『난향의 노예들』 은 수몰지구 농민들의 수몰을 전후한 실향과 이농의 사정을 그린 매우 의욕적인 장편이나 그 야심과 힘에 비례하여 너무 많은 세목의 이야기들을 담고있어 작품구성상 집중력을 잃고있다.
보다 성격이 뚜렷한 인물들의 설정, 불필요한 삽화의대담한 생략, 문장의 감각과상식성등에 좀더 유념해 썼더라면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미모사의 집』은 무난한 문장, 젊은 세대의 풍속도를 읽는듯해 재미등을 평가할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작의나 주제의식이 모호하고 이야기의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느낌이 짙다.
『에르크시르』는 섬세한 감성·박물지적 지식·현란한 사고등이 소설을 꾸미고 이끌어나가는 힘을 낳고 있으며, 인간의 삶과 세계의 질서에대한 이해의 태도도 작중화자의 방관자적 화법과는 달리 그나름대로 일단 확고해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자의 도덕성에 대한 공감여부 이전에 소설구성상의 취약점이 먼거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저 문밖에 어둠이』 는 속도감있는 문장·경제적인 이야기 처리방법·때가 벗은 성숙한 감성등이 작품의 기초를 무난하게 잘 뒷받침하고 있다.
광기의 문제, 악의 문제, 운명적인 어둠의 힘등 주제면에서도 퍽 의욕적이다.
부분적으로는 형사를 방불케하는 주인공의 행각과 변화가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정보제공 방법등이 어색하고, 결말부 처리에도 다소 서두른감이 있어보이나 전체적으로 가장 잘 완성된작품일뿐 아니라 예년에 비해서도 그 수준이 진일보된것으로 평가되어 우리는 이의없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하였다.
심사위원
유종호· 최종율·이청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