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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을 보는 눈 : 공포와 기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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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종윤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일러스트=김회룡]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주요 2개국(G2) 중국의 힘은 셌다. 중국이 기침을 하니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주식시장은 휘청거린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상하이종합지수는 2000 수준이었다. 1년 만에 150%나 뛰어 6월 12일(5166.35)에 정점을 찍었다. 내리막길은 그 후부터였다.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24일까지 38%나 빠졌다. 오를 때도 급하더니 빠질 때도 빠른 속도로 자유낙하한다.

 중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엿보이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증시를 뒤흔들 엄청난 악재가 드러난 것도 아니다. 중국 경제매체인 차이신이 지난 21일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잠정치는 47.1이었다. 구매관리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진 건 올 3월(49.6)부터다. 상하이지수가 최고점을 찍은 6월에도 지수는 49.4였다. 7월(47.8)엔 하락 폭이 컸지만 이 정도로 제조업이 확 고꾸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과 수입이 각각 8.9%와 8.6% 감소(전년 동월 대비)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달 수출입 규모가 축소됐다고 지레 겁먹기는 이르다. 중국의 자동차·철강 생산량과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한 것도 눈에 띄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런 지표들이 중국 밖에서는 메가톤급으로 해석된다. 세계 주요 증시가 곤두박질친 이유다.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추풍낙엽 신세다. 중국발 바이러스가 과거 ‘스페인 독감’처럼 전 세계에 창궐한 양상이다. 벌써 치사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중국의 자산 거품이 터지는 신호탄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로 서구의 경제 전문가나 서방 언론들이 이런 시각이다.

 하지만 모두가 생각이 같진 않다. 겉으로는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이나 속내는 다르다는 관점이다. 안정 성장을 찾아가는 조정기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최고 아킬레스건은 ‘공급 과잉’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정부 시절(2003~2013년) 연평균 8%를 넘는 초고속 성장을 한 후유증이다. ‘수출보다 내수, 중(中)성장, 친(親)시장’은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구호다. 과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바오바(保八, 경제성장률 8% 달성) 정책에 목맨 건 고용 때문이다. 제조업·수출 중심 중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이 1% 성장하면 일자리 80만 개가 생겼다. 연간 700만 명인 대졸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8% 성장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레드라인이다.

 지금은 다르다. 내수·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면 7%만 성장해도 일자리는 1000만 개 이상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중국 수뇌부가 경제성장률 둔화를 용인하는 신창타이(新常態) 논리다. 이 상황에서 증시 하락은 일시적이다. 일부에서는 정책시(政策市: 주가가 수급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인 중국에서 정부가 추락하는 주가를 떠받치지 못한다며 겁을 먹는다. 부양책은 동나고 경기 침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신창타이 옹호론자들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들은 최근 상하이지수가 크게 떨어져도 정부가 가만히 있었던 건 도 넘는 차입을 한 뒤 단타 매매를 일삼는 투기꾼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든 중국은 앞으로도 제 길을 갈 것이다. 친시장을 지향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폭발적 시장화는 막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보다는 중국만의 독특한 국가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험을 계속할 터다. 그럴 때마다 세계 경제는 위기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는 혼란을 되풀이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수출선의 25%가 중국행이고, 대중무역 흑자(553억 달러, 2014년)가 전체 무역흑자 규모 (475억 달러)보다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이 재채기하면 하얗게 질려 앓아 눕는 신세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대 제국 중국의 항로 수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의 지갑이다.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품 만들어 수출해 먹고사는 중국은 없다. 대신 전해전술(錢海戰術)로 세계를 사는 새로운 중국이 있다.

 한국은 이런 중국 시장 과녁을 맞힐 수 있을까. 지금은 화살은 있는데 촉은 없는 꼴이다. 촉이 없는 화살을 쏴봤자 과녁에서 튕겨나올 뿐이다.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모델은 수명을 다했다. 한국이 살 길은 중국의 고급 소비재와 서비스 시장 진출이다. 그나마 중국 시장을 선점했던 스마트폰과 자동차도 경쟁업체들에 밀리는 형국이다. 서비스 시장 진출은 더 요원하다. 중국인 10명 중 1명은 자격 없는 돌팔이 치료사에게서 치아 치료를 받는다. 중국의 치과의사 수는 인구 3만 명당 한 명꼴이다. 한국의 치과의사 수는 인구 2500명당 한 명이다. 한국 의료진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이런 실력, 중국 시장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중국 진출을 위한 길을 닦는 것이다. 공포를 잘 다루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법이다.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