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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7.5개 세계 최대 라인 … 반도체 제국 세우는 최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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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회장으로부터 반도체생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늘은 SK그룹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신화를 다시 쓰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습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4’ 준공식에서 “최고의 기술인력을 육성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제국’을 향한 길을 열었다. SK하이닉스의 새 반도체 생산라인 ‘M14’를 준공하면서다. M14는 세계 최대 규모(단일 건물 기준)의 300㎜ 전용 반도체 공장이다. 축구장 7.5개 면적에 해당하는 5만3000㎡ 규모로 조성됐다. 6만6000㎡의 2층 구조 클린룸에서는 월 최대 20만 장의 300㎜ 웨이퍼를 생산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그간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D램 공급량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월 30만 장 이상으로 늘려 현재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D램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비단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이날 시범 가동에서 첫번째 웨이퍼를 생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사실 2012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를 인수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이후 반도체 투자를 크게 늘렸고, 2103년 6월에는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과감히 M14의 착공을 지시했다. 출소 이후에도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SK하이닉스로 달려가 별도의 현장 집무실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반도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M14에 향후 10년간 15조원을 투자한다. 이와 별도로 이천과 충북 청주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두 생산라인에는 31조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액은 총 46조원.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규모다.

 이같은 ‘통 큰’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를 D램·낸드·시스템 반도체 등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최 회장의 포부다. 현재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생산기반을 미리 확보하는 혁신투자를 통해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약점으로 꼽혀왔던 3차원(3D) 낸드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메모리에 치중한 사업 구조를 비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로 확산해 균형을 맞추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59억9700만달러(시장점유율 4.7%)로 종합반도체 업체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재계에선 최 회장이 복귀 이후 드라이브를 걸면서 조만간 마이크론을 제치고 4위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M14에서 발생할 매출이 국민경제에 55조원의 생산유발과 21만 명의 고용창출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경제에는 5조1000억원의 생산유발과 5만9000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이날 열린 준공식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시종 충북도지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유승우 의원(무소속)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이천 신공장의 준공은 과거 관행적으로 적용하던 낡은 환경규제를 새 기술 수준에 맞게 개선한 덕분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기술 진보에 따른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해 기업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설비투자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제도혁신’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천=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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