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통라인’ 부활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통(통일부)-통(북, 통일전선부) 라인’의 부활 여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국방위원회를 앞세워 “통일부는 격이 맞지 않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대화 상대로 지목해 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북측에 남북 장관급 대화를 제의할 때도 통일부는 ‘찬밥’이었다. 당시 대북 제안 주체는 통일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였다. ‘통-통 라인’은 사실상 실종상태였다.

 하지만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다시 ‘통-통 라인’이 가동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건 비서는 지난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대통령의 시간』)이 배포된 뒤 숙청설이 나돌았다. 자서전엔 김 비서가 2009년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을 만나 쌀·비료 등을 요구하며 “합의문 없이 돌아가면 나는 죽는다”고 사정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당시 부인을 통해 공을 세운 김 비서는 ‘재신임’됐다.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도 그는 여러 차례 대남 메신저 역할로 등장했다. 물론 그가 접촉 창구로 삼고 대화 상대로 청한 이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었지만 ‘2+2 회담’이 성사되면서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통-통 라인’이 복원될 수 있다는 분석이 통일부 주변에서 나온다.

전수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