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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킬러’ 등검은말벌 전국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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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 지역에서 건너온 ‘등검은말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등검은말벌은 번식력이 토종 말벌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꿀을 생산하고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을 주된 먹잇감으로 삼고 있어 생태계에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최문보 경북대 연구교수팀에 따르면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 영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학계는 다른 아열대종처럼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 교수팀이 올해 조사한 결과 부산·대구 등 영남 지역은 물론 인천·경기·강원 등 전국 도처에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도심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하는 토종 말벌과 달리 음식물 쓰레기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파리 등을 잡아먹으며 생존력을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현재 도시에서 발견되는 말벌의 80~90%는 등검은말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0년 5056건이던 벌떼 출현건수는 지난해 68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소방당국도 성묘철이 다가오면서 등검은말벌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양봉인 안상규(53)씨는 “등검은말벌은 잔디 깎는 기계 등의 소리에 특히 민감하다”며 “벌초하거나 차례를 지내기 전 막대기 등으로 주변에 말벌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등검은말벌은 복부에 노란 띠가 있는 토종 말벌과 달리 오렌지색이나 적갈색 띠가 있으며 사람이 쏘이면 심할 경우 사망할 정도로 독성도 강하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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