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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절 300번 넘게 부르며 노래 실력 쌓다 보니 ‘실검 1위’ 올라 봤지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은가은씨와 소중 학생기자 이시우(성남 미금초 6)양이 마주보고 섰다. 은씨는 “SNS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인연들은 팬이라기보다 가까운 친구 같다”고 말하며 이양에게 친근함을 표시했다.

소중 학생기자 이시우(성남 미금초 6)양은 최근 주목받는 신인가수 은가은씨의 열혈 팬입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의 OST를 불렀고, 지난 달에는 JTBC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 ‘끝까지 간다’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양은 은씨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실력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함께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재미있게 써주고, 내 편지에 답변을 해 주기도 해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자랑했습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바쁘게 활동하는 그를 이양이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최근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너무 감사하죠.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개인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집에 혼자 있을 땐 밥솥에 밥 비벼 먹고(웃음).”

―어떻게 방송에 출연하게 됐나요.

“SNS 덕분이죠. 원래 3년 전에 음원을 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가수라는 정체성에 혼란이 왔죠.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심각한 우울증이 와서 밖에도 안 나가고 집 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어요. 일시적으로 눈을 잘 못 마주치는 증상까지 생기자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과 교류할 수단을 찾다 페이스북을 시작한 거예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나를 알리고 싶다는 정도의 목표로 사진을 올리고, ‘노래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적었죠. 그러자 사람들이 제 노래하는 모습을 궁금해 했어요. 그래서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어요. 그때부터 신청곡을 받아서 계속 노래를 올리기 시작했죠. 그중 제가 부른 렛잇고(let it go)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SBS ‘스타킹'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죠.”

―신청곡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을 텐데.

“그래도 일단은 다 불러봐요. 하루에 몇백 개씩 신청곡을 담은 메시지가 와요. 연령층도 다양해서 옛날 곡, 요즘 곡을 가리지 않죠. 그래서 ‘끝까지 간다’에 출연했을 때도 모르는 노래는 없었어요. 그간 연습해온 곡들이었거든요. 떨렸을 뿐 노래는 수월하게 불렀죠.”

―노래하는 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나요.

“신청곡이 들어오면 하루종일 그 노래 한 곡만 잡고 불러요. 촬영도 직접 해요. 아이패드 하나 놓고 셀프카메라 버전으로 비디오를 찍는 게 전부지만요. 수정이나 편집도 못해요. 장비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노래하는 중간에 마음에 안 들면 처음부터 다시 불러요.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안 쉬고 같은 노래만 계속 부르죠. 노래 첫 부분만 300번 이상 부르는 것 같아요. ‘바람기억’이라는 곡은 한 달 정도 연습하고 올린 영상이에요. 점점 많은 분들이 제 노래 영상을 봐주시고 기대를 하니까 그냥 올릴 수가 없죠.”

―가수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중학교 때부터 성악을 했지만, 대중가수의 길로 접어든 건 대학에 다니던 2007년 일이에요. 제가 공연 때 노래한 영상을 조교가 UCC에 올렸어요. 그 당시 MBC에 ‘쇼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작가가 그걸 보고 연락을 해 왔어요. 일반인 중에서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 코너에 출연해서 1등을 했죠. 그때 심사위원이 돌아가신 신해철씨였는데, 노래하러 서울로 오라고 인정해 주셨죠. 그런데 막상 올라오고 나선 8년간 무명 시절을 겪었어요.”

―8년간의 무명 생활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모든 점이 힘들었죠. 그동안 소속사도 3곳 정도 옮겼어요. 수입이 없다 보니 숙식을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기도 했고, 편의점에서 1200원짜리 달걀과 두유를 사서 세끼에 나눠 먹기도 했어요. 3000원으로 하루를 버틸 때도 있었죠. 먹는 데 쓸 돈을 모아 연습실을 빌려 노래를 불렀어요. 힘든 점도 많았지만 배운 점도 많아요. 그런 시간 없이 일찍 대중의 인기를 얻었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겠죠.”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함께 하고 있는 SNS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페이스북의 팬이 9만 명을 넘어섰어요. 저는 이 분들을 팬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부터 저를 봐 주신 분들이라, 팬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에요. 제가 방송에 나오면 저보다 더 좋아해주세요. 가슴이 벅차다고 기뻐해주시고요. 솔직히 처음엔 저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렛잇고 영상을 보신 분들 중 일부가 제가 너무 귀여운 척을 한다고 공격하는 댓글을 남기셨죠. 그때 화를 내는 대신 ‘귀여운 척 한 건 맞는데 제대로 보여드릴게요’하면서 일부러 귀여운 척 하는 영상을 막 찍어 올렸어요. 그런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갔나봐요. ‘솔직히 안티였는데 앞으로는 팬 하겠다’고 남겨주실 때 마음이 통하는 걸 느꼈죠.”

―장래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소중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진로를 걱정하는 분들이 SNS로 상담을 많이 하세요. 본인은 음악하고 싶은데 엄마는 공부하라고 해서 고민하는 식의 글이 많아요. 제가 쉽게 음악을 해보라고 권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에 선뜻 말을 못하겠어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에 먼저 최선을 다하세요. 학생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짬짬이 시간 날 때 하고 싶은 노래를 조금씩 해 보세요.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거든요. 그렇게 현재의 자신에 충실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열심히 노래하다 보면, 언젠가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은가은… HYP엔터테인먼트 소속, 2013년 디지털 싱글 ‘Drop it’으로 데뷔. 슬픈바람(‘밤을 걷는 선비’ OST), Never Say Goodbye 등을 불렀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eungaeunfan

글=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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