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엎친 데 ‘북한’ 덮쳐 … 코스피 1900 깨진 ‘검은 금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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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와 북한 도발에 21일 코스피지수가 38.48포인트 떨어진 1876.07로 마감했다. [뉴시스]

‘차이나 쇼크’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북한의 도발 충격까지 겹친 국내 증시는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21일 코스피지수는 1900선이 무너지며 2년 만의 최저치인 1876.07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가 주력인 코스닥은 투매 양상까지 빚어지며 4.52% 급락했다. 그간 상황을 관망해오던 정부도 “해외발 불안에 금융시장이 과도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필요 시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불안 진화에 나섰다.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건 중국의 경기 불안 우려가 커진 데다 북한 악재가 겹친 탓이다. 국내 시장에선 외국인에 이어 개인투자자까지 ‘팔자’에 나섰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37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원화 값 하락이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겼다. 이날 달러당 원화 가치는 1195원으로 3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발 리스크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하는 와중에 북한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팔면 이를 받아주던 개인투자자도 이날은 533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의 하락 폭은 더 컸다. 이날 코스닥은 4.52% 급락하며 627.05로 장을 마쳤다. 이번 주 들어 5일 연속 하락하며 14% 넘게 떨어졌다. 외국인 비중이 10%가 채 안 되는 코스닥 시장의 큰손은 개인투자자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게 코스닥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투자자가 골고루 분포하는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이나 개인이 매물을 쏟아내면 기관이 저가 매수를 노리고 팔자 물량을 받아준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에선 개인이 매도하기 시작하면 그걸 받아낼 투자 주체가 없다. 매도 물량이 지수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투자 심리는 더 악화되고 매도세 역시 강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이날 아시아 증시도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4.27% 떨어진 3507.74로 장을 마쳤다. 이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의 예상을 밑돌며 6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장 중 한때 35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선전지수도 전날보다 5.42%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만 선이 무너졌다. 전날보다 3% 떨어진 1만9435.83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2.75%, 홍콩 항셍지수는 1.53% 떨어졌다. CMC마켓의 니컬러스 테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침체는 향후 몇 개월간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도 전날보다 2.06%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1만6990.6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1만7000을 밑돈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한국 국채의 ‘부도위험지표’도 상승세를 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한국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6.98bp(1bp=0.01%포인트)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올라간다는 건 국채의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날 금융 관계기관을 소집해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북한 포격 도발에 따른 금융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아라며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그치고 그 크기도 제한적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의 직후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반장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현옥·이태경·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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