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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국제 공조 엇박자] 美·日은 압박…한국은 미온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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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핵 대응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일 양국간에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미·일이 대북 억제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양상인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대화 해결 원칙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체제를 구축해 대북 압박을 본격화할 태세이고,일본은 북한 화물선에 대한 입회 조사까지 실시했다.미·일 등의 대북 압박 움직임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회의 전망,한국의 대응을 알아본다.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본.영국.프랑스.독일.호주.이탈리아 등 10개국 대표들과 함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구체적 논의에 들어간다.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북한과 이란이다.

하지만 여러 국가가 연대해 특정 국가에 대한 육상.해상.공중에서의 봉쇄를 감행하는 PSI가 구체화할 경우 국제법 논란과 함께 당사국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노림=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이라크와 북한.이란에 대해 각각 다르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나라마다 독특한 주변 조건과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라는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구상이 선제공격이었다면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봉쇄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마드리드 회담은 그런 미국의 입장을 사실상 선언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과 마약 수출을 완전 봉쇄할 경우 두 가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 무기 및 핵 물질의 외부 유출이 동시에 봉쇄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국무부 존 볼턴 차관이 출석한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북한의 핵 물질과 미사일은 마약 수출과 같은 경로로 이뤄진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또 미사일과 마약 수출이 막혀 북한에 자금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결국 핵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볼턴 차관은 "불량 국가들에 대한 철저한 봉쇄는 이들 정권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증언했다.

미국이 PSI를 들고 나와 동맹국들을 규합하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나 이란 문제를 유엔을 통해 해결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은 이라크전 당시 유엔 안보리의 비협조로 곤욕을 치렀다. 따라서 유엔이 아니라 동맹국들을 앞세워 북한과 이란에 최대한 압력을 가하려는 게 미국의 계산이다.

하지만 일부 동맹국의 협조만으로는 대량살상무기가 불량 국가들로부터 외부로 유출되는 걸 완전히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협조 국가들의 숫자를 얼마나 더 늘려가느냐 여부가 PSI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PSI를 추진하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법률적 토대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합법적인 상거래'라고 주장하는 미사일 운송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은 회의를 통해 국제항해의 안전과 관련된 각종 규칙을 내세워 여러 나라가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이 스페인 해군을 내세워 북한의 미사일 수출선 서산호를 나포했을 때에도 미국은 "북한배가 국적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아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함정이 경찰권을 발동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었다.

◆한.미 간 갈등 가능성=마드리드 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공조를 재보는 첫 시험대의 성격도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마드리드 대회 참가 여부를 타진했지만 한국 정부가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현(盧武鉉)정부로선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측으로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함께 대응하기로 해놓고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 발을 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올수 있다.

워싱턴.마드리드=김종혁.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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