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산업 한물 갔다는 건 착각 … 철 있어야 나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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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65·사진) 포스코 회장은 요즘 해외 출장이 부쩍 잦아졌다. 포스코의 신기술 수출 논의 등을 위한 ‘세일즈 출장’이 많다. 그는 “1968년 포항제철을 창립한 뒤 47년간 축적해 온 기술이 녹슬지 않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 유력 철강사들이 포스코 기술을 사고 싶다며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온 사실을 말한 것이다. 권 회장은 “허허벌판에서 어렵게 첫 쇳물을 뽑아낸 포스코가 20년간 연구개발(R&D)을 지속해 파이넥스 공법 같은 독자적 기술을 확보한 노력이 외부에서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입사 뒤 가장 보람 있는 일은 2000년대 들어 포스코를 먹여 살리는 자동차강을 집중 연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86년 포스코에 입사해 기술연구소장, 기술총괄 사장 등 R&D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왔다. 포스코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 회장이 된 건 처음이다.

 권 회장은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와 계열사 부실 논란으로 지탄을 받는 포스코가 거듭나는 길은 ‘창업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봤다. 그는 “철강 같은 굴뚝 산업을 한물 지나간 산업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며 “하지만 그런 생각은 착오”라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철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며 “철강 기술 역시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가 ‘탄소 감축’ 제조법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수십, 수백 년간 이어질 ‘친환경 화두’에서 앞서겠다는 각오다. 권 회장은 “향후 탄소 배출권 벌금이 더 올라가면 업체들이 포스코의 탄소 저감 기술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준술(팀장)·함종선·문병주·황의영·김기환·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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