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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FIFA 개혁, 4년간 한 번에 끝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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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4년 안에 FIFA를 바꾸겠다”며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명예부회장. [파리 AP=뉴시스]

‘세계 축구 대통령’에 도전장을 낸 정몽준(64)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의 출사표는 간결하고도 비장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양대 키워드로 삼아 구태와 비리로 얼룩진 FIFA를 씻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장기집권 부작용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단 한 번, 4년의 임기 동안 모든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정 명예부회장은 17일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정 명예부회장은 “차기 FIFA 회장은 현재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며 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 2011년 유럽의 한 스포츠 전문지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축구를 망치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사례를 제시하며 “FIFA 회장이 축구팬들에게 야유의 대상이 돼 버린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정 명예부회장은 “1904년 이곳 파리에서 FIFA가 첫 출발한 이후 111년 동안 집권한 8명의 회장은 사실상 전원이 유럽 출신이었다”면서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FIFA도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계속성 못지 않게 변화가 중요하다”고 비(非)유럽계 회장 탄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프 블라터(79·스위스) 회장의 밀실 행정에 대한 비판에도 날이 서 있었다. “20년 전 처음 FIFA에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촉구해 왔다”고 강조한 그는 “막후에서, 소수에 의해 이뤄지는 월드컵 마케팅 및 중계권 협상 방식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재정위원회, 미디어위원회, 집행위원회 등 각 분야의 전문기구가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지침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이번 선거의 핵심은 블라터 회장이 40년간 구축한 부패 체제를 계속 이어갈 지의 여부”라면서 “내가 FIFA 회장이 되면 4년 임기 한 번만 맡을 것이다. 4년 안에 FIFA를 확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개혁을 위한 8대 공약을 함께 제시했다.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 견제와 균형 강화 ▶FIFA 총회의 토론 기능 강화 ▶회장직 임기 제한 ▶재정 투명성 제고 ▶회장의 급여 및 보너스, 제반 비용 공개 ▶각국 축구협회 재정 지원 프로그램의 합리적 운영 ▶FIFA 각종 기구 내 여성의 대표성 제고 ▶여자월드컵 위상 강화 등이다.

 이날 정 명예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쟁자인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향해서도 각을 세웠다. 정 명예부회장은 “블라터와 플라티니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다. 플라티니가 어떻게 블라터를 적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플라티니는 아직 젊다.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오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리며 209개 회원국이 모두 한 표씩 행사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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