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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家] 집안에 가득한 산과 하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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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나만의 멋진 집에서 사는 것은 모든 이들의 꿈이다.아늑한 전원주택 분위기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집주인의 여유와 개성이 배어나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 김인회 교수의 집 관산재(觀山齋)

삼청동 감사원 맞은 편, 오른쪽으로 두 번 꺾어 들어간 골목 안, 김인회 교수(연세대 교육학과) 자택은 서울 안의 별천지다. 방바닥에 앉으면 하늘과 산만 보이는 태고의 풍경, 인공구조물이 전혀 없이 인왕과 북악의 봉우리만 눈앞 가득 펼쳐진다. 집은 작다. 한 층의 총면적이 17평 정도. 그러나 탁 트인 전망 때문에 좁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딴 세상에 들어선 듯 밝고 맑아 여기가 서울 맞아? 광화문에서 5분 거리 맞아? 경탄만 연거푸 쏟아진다.

집은 1년 전에 지었다. 길보다 낮고 경사가 심해 대지 조건은 아주 나빴다. 47평의 자그마한 땅,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이 곳을 눈여겨 본 이는 김교수의 사위인 건축가 윤중구( 엠브리오 건축사 사무소 대표)씨였다. 2001년 겨울, 헐값에 대지를 구입했고 (평당 3백50만원) 대지 모양을 머릿속에 입력한 지 두 달 만에 설계도가 만들어졌고, 땅에 말뚝을 박은 지 여섯 달 만에 집이 완공되었다. 산이 잘 보이는 집이라 해서 당호는 관산재 ( 觀山齋 ).

관산재의 외관은 단순하고 단정하다. 밝은 회색의 압축 콘크리트가 햇살에 침착하게 반짝거리고 쓸데없는 장식은 모조리 생략되었다. 층마다 창문만은 풍성하다. 창틀 위엔 눈썰미 빼어난 김인회 교수가 골라둔, 어머니 김정숙 교수의 조각품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담장없고 대문없고 마당없이 길에서 바로 현관이 나오는, 좁은 대지 위에 짓는 도시형 주택의 새로운 제안이 될만한 관산재의 건평은 모두 60평, 단순하되 고급스러운 마감처리로 건축비는 평당 3백50만원이 먹혔다. 실내는 다락방과 지하 음악실까지 합쳐 모두 네 개 층. 여느 집이 수평구조라면 관산재는 수직구조라 할 수 있다. 층마다 새로운 표정의, 독립된 공간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매력이다.

1층은 거실과 부엌, 2층은 부부 침실, 다락방은 손님용 침실(평소에는 러닝머신을 두고 산을 내다보며 운동하는 방으로 쓴다), 그리고 김교수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지하음악실. 말이 지하지 앞이 탁 트이고 네 개 층 중 가장 넓은(24평) 면적을 가진 지하층은 김교수 전용 놀이방(?)이다. 벽면 가득한 책과 CD.LP에 AV시스템이 있는 이곳에서 그는 책읽고 글쓰고 음악듣고 영화보고 붓글씨 쓰고 전국을 돌며 찍은 사진 현상까지 하면서 다채롭게 논다. 방 앞에 딸린 자그만 부엌에서 손수 커피까지 뽑아 마신다.

풍부한 수납공간, 방마다 하나씩 딸린 욕실(작은 집에 욕실만 모두 4개), 욕조에서 산을 바라볼 수 있게 크게 뚫린 창, 누워서 앞산이 보이도록 한 침대배치, 걸어 들어가 옷을 걸 수 있는 워킹 크로젯, 실내를 우아하게 덥히는 벽난로. 이런 것들은 김교수 내외가 이 집에서 살면 살수록 더 요긴해질 디테일이고 거기엔 처부모에 대한 건축가의 애정과 배려가 세심하게 스며있다.

김서령 자유기고가

◇김서령씨는 1956년생으로 경북대 국문과를 나왔다.국어교사를 거쳐 신문·잡지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1988년 동서문학 신인상(수필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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