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총장 사퇴 후 1년 간 그림만 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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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혼외 아들’ 파문으로 2013년 9월 물러난 채동욱(56·사진) 전 검찰 총장이 사퇴 직후 전북 완주군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전주시에서 활동하는 유휴열(66) 화백은 13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채 전 총장이 지난해 1년 동안 완주시에서 자화상과 풍경화 등을 그리며 칩거했다”고 말했다. 유 화백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지난해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 유 화백의 화실 근처에 작업실을 얻어 하루 10시간 이상 그림을 그렸다. 유 화백과 채 전 총장은 오랜 친구 사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그린 자작나무 풍경화. 오른쪽 아래 ‘che동욱’ 사인이 보인다. [뉴시스]

 채 전 총장은 지난해 초 유 화백을 찾아와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유 화백은 “그냥 ‘느낌을 그려보라’고만 했을 뿐, 색도 잘쓰고 해서 나는 조금도 손을 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처음엔 자화상에 몰두했고, 점차 마음의 여유를 찾아 농담도 주고 받고 하면서 풍경화를 그렸다”고 전했다. 나중에는 거울을 보지 않고도 자화상을 그릴 정도가 됐다고 한다. 하루 종일 그림에 매달렸던 채 전 총장은 유 화백에게 “고시 공부 때 말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채 전 총장은 1년간 100여 점을 그렸으며, 그 중 70여 점이 현재 유 화백의 작업실에 보관돼 있다. 그림에는 ‘che 동욱’이란 사인이 적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 전 총장은 2008년 전주지검장 시절에 알게 된 현지 인사들과 교류했다. 이들은 채 전 총장의 그림을 보고 “개인전을 열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또다른 지인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그림 그리는 생활을 마치고 올 1월 서울에 올라와 크기 70㎡쯤 되는 작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집이 작아 작업실이 없어 지금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는 완주군에서 지내며 알게 된 미술계 친구들과 국토 순례를 하고 있다. 임진각에서 출발해 하루 15㎞ 정도를 걸어 현재 전북 지역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최경호 기자, 서복현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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