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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다이어트? 이젠 피트니스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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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는 남자]눈물의 다이어트? 이젠 피트니스 쇼!

2007년 시즌1부터 2012년 시즌6까지 방영된 TV 프로그램 ‘다이어트 워’(Story On)는 과체중의 도전자들이 오로지 ‘살을 빼기 위해’ 지옥 같은 캠프 생활을 견뎌내고 ‘누가 누가 살을 빨리, 잘 빼나’로 매 회 탈락자와 생존자를 가늠 짓는 프로그램이었다.

매 회 식욕을 극도로 억제하며 익숙지 않았던 운동으로 땀과 눈물을 쏟아내던 도전자들. 그들의 얼굴은 ‘다이어트가 성형’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듯, 마지막 무대에서는 자신감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물론 ‘다이어트 워’의 가장 큰 재미이자 무기는 사연이었다. 전형적인 ‘사연 팔이’ 프로그램이었던 ‘다이어트 워’는 도전자들이 어떤 배경으로 과체중으로 살고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소개하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출산 후 우울증에 걸린 주부, 은둔형 외톨이로 사회와 담을 쌓았던 회사원, 뚱뚱함을 직업적 특성으로 활용해야 했던 개그우먼까지 다양한 도전자들의 각기 다른 사연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그저 게으르거나 관리를 하지 않아서 과체중인 게 아니었다. 그들의 감량 과정은 성형과는 다르게 돈보다는 장시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들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얻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무려 6년간이나 방영되었던 ‘다이어트 워’가 종영한 브라운관에서는 ‘더 바디쇼’(on style)가 방영 중이다. ‘더 바디쇼’에 눈물의 다이어트는 없다. 단순한 살 빼기 스토리는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상이 변한 거다. 2000년대 초반 전국에 몸짱 열풍이 불며 대한민국 동네 곳곳에 이른바 ‘헬스장(피트니스 클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헬스장을 통해 필라테스와 요가·크로스핏·스피닝 등의 운동이 세분화돼 온 것처럼 TV 프로그램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지금의 대중에게 다이어트는 기본일 뿐,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해졌다. 이른바 몸짱 바람이 제2차 스테이지에 돌입한 셈이다.

‘더 바디쇼’는 이 같은 트렌드의 한가운데 있다. 그저 날씬한 몸매가 아닌 건강해서 더 아름다운 몸매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모델 출신 배우 최여진, 피트니스 모델 유승옥, 가수 겸 방송인 레이디 제인이 진행자로 등장한다. 매 회 셀프 왁싱, 이너 뷰티(식습관과 생활 습관 등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 노 푸(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헤어 관리법), 셀룰라이트 제거, 11자 복근 등 여성이 선망하는 바디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같은 채널의 ‘겟 잇 뷰티’가 방청객을 ‘베러 걸스’로 명명하며 쌍방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더 바디쇼’ 역시 방청객이 실제 무대에서 다양한 운동법을 체험하게 한다. 재미있는 건 진행자와 방청객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누가 봐도 평범하고 건강한 몸매를 지난 여성이라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 자연스럽고 건강한 아름다움이 개인의 경쟁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어 버린 시대에 눈물의 다이어트는 이미 촌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글=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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