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체포안 놓고 또 ‘방탄국회’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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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 또 ‘방탄국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며 “교섭단체 대표들이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여당은 조속한 처리를 위해 야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으나 야당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 문재인 대표도 박 의원을 비호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야당이 나서달라”고 말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14일이 임시공휴일이니 그전에 표결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문 대표는 겉으론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안으론 방탄국회를 조장하는 입장에서 벗어나라”고 공격했다. 여당은 직권 상정과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등 기존 요구를 여당이 상당 부분 수용해야 12일 이후 의사일정 협의에 나설 수 있다고 버텼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체포동의안만 갖고 여당과 협의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에도 우리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시작할 수 없으니 진통이 있더라도 시간을 갖고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은 “괴롭다. 박 의원이 당에 기여했고 총선 불출마와 탈당도 선언한 터라 당에서 본회의 일정 잡기가 곤혹스러운 모양”이라고 전했다.

 야당 의총에선 당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 김기식 의원은 “과거 당 정치혁신위가 체포동의안이 자동폐기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택한 적이 있다”며 “지금 혁신위가 가동 중인데 국민과 언론이 혁신안 실천 의지가 있느냐고 의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방침을 정할 예정이었지만 회의를 취소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본회의를 열어도 부결 가능성이 큰데 그때 매를 맞나 지금 맞나 같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의원들 사이에 동정론이 있고, 휴가철로 참석률이 낮을 수 있어 여당 단독 처리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의원은 분양대행업체 김모 대표로부터 시가 3000만원대 ‘해리 윈스턴’ 시계 등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선 뉴스테이법(임대주택법 전부개정안) 등 12개 법안이 처리됐다. 뉴스테이법은 민간 사업자에게 공공 택지를 우선 공급해 중산층용 임대주택 건설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또 메르스와 관련해 감사원에 정부 당국의 초기대응 부실을 감사해 달라는 감사요구안도 통과 시켰다.

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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