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야구노트] 참고 기다린 kt, 잔인한 계절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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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범현 kt 감독(오른쪽)이 지난달 10일 수원 삼성전에서 16-8 대승을 한 뒤 4타수 4안타(2홈런)·4타점으로 맹활약한 박경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kt 위즈]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신생팀 kt는 1할대 승률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리그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준이 되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고민에 빠졌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kt 전력 보강을 위해 KBO 차원에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KBO는 kt의 외국인 선수 한도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11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kt는 5월에도 10연패를 당했다. 당시 조범현(55) kt 감독은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2010년 KIA에서 16연패를 당하는 동안에도 약한 소리를 한 적이 없다. 강인한 조 감독에게도 2015년의 봄은 너무나 가혹했다. 현재도 괴롭지만 미래는 더 암담해 보였다.

 그러나 kt는 힘차게 반등했다. 6월 이후 승률이 0.469(23승26패)까지 올라갔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5강을 노리는 전력이 될 수도 있다. kt의 뜨거운 여름은 조 감독의 두 가지 전략이 만들었다. 기다리는 것, 그리고 혁신하는 것이다.

 kt는 세 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5월 초 유망주 투수 박세웅을 포함해 안중열·이성민·조현우를 롯데로 보내고, 거물 포수 장성우를 포함해 윤여운·최대성·이창진·하준호를 데려온 건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앞서 kt 구단은 트레이드에 소극적이었으나 여론의 질타를 맞은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물꼬를 틀 때까지 기다렸던 조 감독은 과감하게 베팅했다. 핵심은 공격력 강화였다. 대부분 유망주 투수를 내주길 아까워하지만 조 감독은 반대로 생각했다. 그래서 박세웅을 주고 공격력을 갖춘 포수 장성우를 데려올 수 있었다. 충분히 기다렸다가 거래 규모를 키웠다.

 외국인 거포 블랙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감독은 이미 4월 초 “타자 1명을 더 데려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외국인 투수 시스코와 어윈이 모두 부진해서 교체가 필요한데, 이 중 하나는 타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시스코를 퇴출하고 블랙을 데려온 시점은 6월 초였다. 5월까지 42패를 당하는 동안에도 조 감독은 버텼다. 스카우트 자료가 쌓이고 미국 시장에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때를 기다렸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내년에도 뛸 선수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6월 이후 타율이 3할에 육박하는 kt 불꽃 타선은 조 감독의 인내심이 만들었다.

 kt 불펜은 혁신의 결과다. 프로 9년차 장시환이 스프링캠프 때 제구력 때문에 고민하자 조 감독은 “볼을 안 던지는 투수도 있나. 볼넷을 줘도 좋으니 네 장점을 살려 힘차게 던져라”고 조언했다. 만년 유망주의 생각이 180도 바뀐 순간이었다. 두려움 대신 자신감을 장착한 장시환의 직구는 마무리 투수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돌아온 김재윤은 지난 1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타격이 신통치 않은 대신 송구가 워낙 좋아 조 감독이 실험 삼아 마운드에 세웠다. 5월 중순 1군에 데뷔한 그는 강력한 직구를 뿜어내는 셋업맨이 됐다. kt는 약한 전력으로 기존 구단들과 싸우는 입장이다.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현재 블랙은 손목 부상으로, 장시환은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그래도 kt는 만만치 않다. 조 감독은 “우리 구단 팀장들이 유능하다”고 실무진에 공을 돌리면서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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