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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현미경 레이저수술, 신경 손상 않고 디스크 없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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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수술은 의료진의 경험과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김포우리들병원 김수범 병원장(왼쪽)과 이의운 부원장은 10년간 8500례 척추수술을 함께 한 척추수술계의 ‘명 콤비’다. [프리랜서 손형주]

척추수술을 위험한 수술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광범위한 절개와 오랜 마취시간, 그리고 장기 입원과 후유증으로 웬만한 통증이라면 참고 살라고 권하기도 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의사들도 수술을 기피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정확하고 정밀한 시술법이 등장하면서 치료에 대한 부담이 확 줄었다.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후유증도 크게 감소해 사회 복귀가 빨라졌다. 지난 10년간 8500여 명의 척추환자 수술을 함께 해 온 김포우리들병원 김수범(정형외과 전문의) 병원장과 이의운(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부원장. 이들에게 환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척추질환의 치료법과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6주간 자연치유 경과 지켜봐

김수범 병원장(이하 김)=현대인에게 흔한 척추질환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다. 지난해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27만 명으로 전체 질환 중 1위를 기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4년). 뼈와 뼈 사이의 물렁뼈(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허리통증, 다리저림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허리디스크는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다. 그렇다고 수술만이 정답은 아니다. 디스크는 가만히 둬도 저절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도 6주 정도는 주사나 운동으로 통증을 관리하면서 디스크가 자연히 녹길 기다린다.

 이의운 부원장(이하 이)=디스크가 너무 많이 튀어나오거나 방치해 굳으면 자연치유가 어렵다. 이런 경우에 비수술로 치료 가능한지를 우선 검토한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 근육·신경 손상이 적고 흉터도 남지 않는다. 환자가 수술 당일 퇴원할 만큼 예후도 좋다. 내시경 레이저 시술이 대표적이다. 볼펜 굵기(7㎜) 정도의 내시경을 등허리 쪽으로 밀어넣고, 튀어나온 디스크를 확대 관찰하며 레이저로 병변을 제거한다. 하지만 내시경은 디스크에 닿기까지 통로가 정해져 있다. 디스크가 터져 이동하거나 척추 자체가 앞뒤로 크게 틀어지면(전위) 시술이 어렵다. 배변장애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척추수술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갖는 환자가 많다. 실제 과거에는 피부를 5㎝ 이상 절개하고 신경을 덮고 있는 인대(황색인대)를 충분히 잘라내 시야를 확보했다. 디스크가 누르는 신경근의 굵기는 3~5㎜로 미세하다. 신경 손상을 피해 디스크를 제거하려다 보니 절개 범위가 크고 출혈량도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미세현미경 레이저수술이 도입되면서 척추수술은 전기를 맞았다. 1.5~2㎝ 피부를 절개하고 현미경을 집어넣어 10~15배로 조직을 확대해 본다. 이렇게 하면 신경과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안전성도 높다. 수술에는 환자 한 사람에게 두 명의 의료진이 들어간다. 주 수술자가 디스크를 제거할 때 다른 수술자는 신경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의료진의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마취는 척추수술의 또 다른 안전장치다. 척추수술 마취법은 척추·경막외마취 등 부위마취와 전신마취 등 크게 두 가지다. 표준 마취법은 전신마취다. 척추수술은 신경과 조직을 다루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미세현미경 수술은 환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시야가 크게 바뀐다. 전신마취는 의식 소실과 함께 충분히 근육이 이완되므로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전신마취는 부위마취보다 마취에 이르기까지 통증도 상대적으로 적다.

집도·마취 의사 협업 중요

김=근육이 발달된 성인 남성은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해야 한다. 척추의 바깥쪽은 탄탄한 근육으로 쌓여 있다. 이 부분을 이완하지 않으면 현미경을 디스크까지 투입할 수 없다. 빠른 회복은 전신마취의 또 다른 장점이다. 척추수술은 신경을 다룬다. 수술 직후 감각과 근력 수준, 통증 정도를 즉시 체크하면서 수술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즉각적인 반응 정도를 확인하면서 합병증을 조기 예방한다. 흔히 전신마취가 깨기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부위마취는 감각 회복까지 4~5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전신마취는 근 이완을 즉시 풀어주는 약물이 나와 감각 회복 여부를 즉시 알 수 있다.

이=마취로 인한 두통 유발, 기억력 감퇴 등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마취 기술과 약제의 발달로 마취약 자체의 위험성도 줄었다. 척추 치료는 환자의 예후를 고려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첨단시대라지만 의료진의 전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전에 환자의 전신 상태를 면밀히 확인해도 수술 중 돌발상황은 얼마든지 생긴다.

 김=공감한다. 대형 수술일수록 의료진의 경험과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축구에 비유하면 수술 과정에 집도의는 스트라이커, 마취과 의사는 어시스트다. 척추수술을 위해 환자의 활력 징후(산소포화도·체온·혈압·맥박)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투입 약물, 마취 정도를 관리하는 마취과 의사가 꼭 필요하다. 의견을 나누며 출혈량이나 수술시간, 약물 위험성을 판단하면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척추수술을 받을 땐 시설은 물론 의료진의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현명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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