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무너뜨리고 사람 죽이고…악명높던 대형 하마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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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의 하마 [중앙포토]

나이지리아 곰베주 다딘 코와 마을의 주민들은 지난 2년간 악명 높은 하마에 시달려왔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마을을 공격해 피해를 입는 날도 있었지만 일상의 두려움은 하마였다. 미국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는 8일(현지시간) 다딘 코와 마을의 걱정거리였던 대형 하마가 결국 군인들의 손에 죽었다고 보도했다.

‘마이 타우린 카이(무례한 하마)’라는 별칭을 가진 이 하마는 지난 5년간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중인 카누를 공격하거나 농경지를 망치는 등 주민들을 공격해 왔다. 때로는 큰 덩치로 집을 공격해 무너뜨리는 일도 있었다. 하마에 공격 당한 이들만 수십 명. 이중 5명은 사망했고 10명이 상은 집을 잃었다.

주민들은 보코하람의 공격에 떨면서 동시에 야생 하마의 위협도 겪어야 했다. 결국 주민들은 정부에 하마를 사냥해 달라고 청원을 했고 정부는 군인을 파견해 지난 5일 밤 잔디를 뜯어 먹기 위해 습지에서 나온 하마를 사냥했다. 지역 정부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년 반 동안 하마를 통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사람들에게 너무 위협적이었다”며 “마을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지난 주 사냥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야생 하마는 밤 10시 30분쯤 총알 세례를 받았지만 즉사하지 않았다. 군인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 하마의 사망을 확인한 후 그 고기를 그 동안 공격받아온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지난주 짐바브웨에서 사냥 당한 야생 숫사자 ‘세실’의 경우 전세계의 공분을 샀지만, 야생동물로 인해 지역주민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여전히 아프리카에 남아 있다. 데일리비스트는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희귀한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었는지 논란이 일 수 있지만 사람이 우선하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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