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종교인 과세, 더 이상 미룰 이유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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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안이 포함된 세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내놓았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이라는 범주를 새로 만들고 소득의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공제해주기로 했다. 과세 방식도 원천 공제와 자진 납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소득과 성격이 다른 종교인 소득의 특성을 감안하라는 종교계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급작스러운 납세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개신교 일부 교단이 반발하고 여당 중진은 “신중하게 접근하라”며 역성을 들고 있다고 한다.

 종교인 과세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1968년 이후 47년간 쟁점이 돼 왔다.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에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면세 혜택을 줘온 게 관습이 된 탓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과 사회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을 보면 종교인 면세가 ‘글로벌 스탠더드’도 아니다. 종교계의 공감대도 꾸준히 확대돼 왔다. 천주교는 94년부터 소득세를 자진 납부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개신교 대형교회도 많다.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역시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입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번번이 좌절됐다. 정부가 2013년 소득세법을 개정하며 관철시키려 했지만 국회에서 무산됐다. 궁여지책으로 시행령에 과세 근거를 만들었지만 시행이 연기되고 있다.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를 의식한 정치권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다.

 더 이상 같은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 교계는 종교인 과세를 수용함으로써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존경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종교인이 존경받는 것은 보통 사람보다 많은 의무와 책임을 지면서 양보하기 때문이 아닌가. 국회도 종교인 과세라는 뜨거운 감자를 마냥 피해선 안 된다. 종교인 과세는 납세 의무라는 국가의 기본 원칙에 관한 일이다. 종교인 과세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무리돼 불필요한 논란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