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교사 채용한 대전 사학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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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 지역 사학재단인 학교법인 대성학원이 교사를 채용하면서 응시자들에게 금품을 받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검사 수사 결과 밝혀졌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5일 금품을 받고 교사를 채용한 혐의(배임수재 및 업무 방해)로 대성학원 상임이사 안모(63)씨와 아내 조모(64)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부정 채용을 주도한 법인 운영자 3명과 면접위원을 맡아 금품을 수수한 현직 교장, 시험문제를 유출한 출제교사 3명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부정 채용된 교사 15명 중에서도 1명은 구속하고 나머지 1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안씨는 학교법인 소유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허위 매매계약서(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차액 3억8300만원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 부부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교사를 채용하면서 응시생이 합격할 수 있도록 시험문제를 몰래 알려주거나 답안을 바꿔치는 수법으로 1인당 5000만~2억2000만원씩 총 4억84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대성학원 이사장 아들인 안씨는 시험관리위원으로 교사 채용 전권을 갖고 있으며, 아내 조씨는 교양과 실기·면접 평가위원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사 결과 안씨 부부는 자신들이 물색한 응시자를 직접 만나거나 e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가는 자신들의 친분이나 교과목 등에 따라 결정했다. 돈은 집 주변과 식당 등에서 현금으로만 건네받았다. 이들은 또 건설업에 종사하는 응시자의 아버지에게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고 3000만원 상당의 난방공사를 무상으로 받기도 했다. 세종교육청 공무원인 응시자의 아버지에겐 학교 운동장 잔디 식재를 위한 보조금 지급을 요청해 받아내는 수법도 썼다.

안씨 부부는 부정 채용을 은폐하기 위해 합격한 응시자를 6개월에서 2년9개월 뒤 교사로 채용하고 학교 유선전화로만 연락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했다. 안씨는 응시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개인 부채를 갚거나 생활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검 권오성 차장검사는 “사학재단 가족이 재단 운영권을 장악한 뒤 채용을 빌미로 응시생들에게 거액을 받아낸 부패의 전형”이라며 “승진 과정에서 금품 수수 단서가 확인되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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