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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물가’ 주부가 못 느끼는 이유는 밥상 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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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주말 장을 보러 마트에 갔던 주부 김경희(49)씨는 깜짝 놀랐다. 1.8㎏짜리 양파 1망이 3200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2000원대였다. 깐 마늘도 300g짜리 한 팩이 3450원이었다. 한 달 사이 20% 안팎 올랐다. 김씨는 “김치 담그기가 겁날 정도로 양념류 가격이 올랐다”며 “서민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는 7월 물가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채소와 육류를 포함한 물가 지표인 신선식품지수는 가뭄 탓에 1년 전보다 6%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파가 73.5% 올랐고 양파도 57.3%나 뛰었다. 한우와 돼지고기 값도 각각 4.7%, 2.9%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통계로만 보면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서민들이 자주 접하는 농축산물 가격은 큰 폭 오른 반면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은 떨어지는 바람에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양파같이 많이 먹고 자주 접하는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실제 물가지수가 오르는 것으로 소비자가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에 반영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채소 등 신선식품이 소비자물가 전체 가중치 10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허태웅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지난 2년간 농산물 값이 낮게 유지되다 보니 최근의 가격 상승을 소비자가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양파와 마늘은 모자라는 물량을 조기에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물가 반영 비중이 큰 에너지 가격은 안정돼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렸다. 교통비만 해도 7월에 6.3%(전년 동월 대비) 급락했다. 교통비의 가중치는 신선식품의 배가 넘는 111.4다. 가중치가 신선식품보다 높은 통신비(가중치 59.1), 오락·문화비(53) 물가도 각각 0.2%, 0.6% 하락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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