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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유난히 시끄러운 매미?

중앙일보

입력

해마다 이맘때면 무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밤마다 시끄럽게 우는 매미다. 밤잠을 설치는 이들에겐 매미 울음소리가 어떤 소음보다 골칫덩이일 수밖에 없다. “매미 잡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부터 “매미 소음도 규제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주로 낮에 우는 매미가 밤에도 울어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낮처럼 환한 불빛과 매미가 활동하기 좋은 높은 온도의 복합적인 영향이라고 말한다. 구진회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연구사는 “매미는 낮에 활동하는 ‘주광성 곤충’이지만, 야간 조명이 밤에도 매미가 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4일 밝혔다. 짝짓기를 위해 소리를 내는 수컷 매미가 밝은 조명 때문에 밤에도 낮으로 착각해 구애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이 한밤중에 매미 소리가 시끄러운 전국 16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밤에 매미가 우는 지점의 가로등 아래 조도는 153∼212룩스(lux)로, 매미가 울지 않는 지점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역시 매미가 우는 데 한몫한다. 매미 소음 연구 전문가인 윤기상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는 “매미 몸 안에서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발음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잘 하려면 따뜻해야 유리하다”고 말했다. 온도가 높을수록 근육 운동이 활발해는데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여름밤은 매미가 울기에 그만큼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밤에는 주변 소음의 영향으로 매미 울음소리가 유독 잘 들린다는 분석도 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은 "주변 소음에 묻히는 낮과 달리, 밤에는 주변 소음이 줄면서 매미 울음소리가 더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이 되면 주변 소음과 매미 울음 소리간 차이가 20~30데시벨(dB)로 크게 벌어지는데, 소리 에너지로 따지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낮과 밤의 소리 전파 차이도 영향을 준다. 밤에는 땅이 먼저 식으면서 지표면 근처 공기가 차가워 지는데 이 때문에 소리가 위로 올라가 확산되지 못하고 지상으로 굴절되면서 매미 울음소리가 유독 시끄럽게 들린단 것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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