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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질병 보상 위해 1000억 사내 기금 조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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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피해자 보상과 예방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집행하고, 협력사 퇴직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대폭 받아들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3일 ‘조정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꾸려 보상신청을 접수 하고, 올해 안에 보상이 마무리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또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합진단기구를 구성해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조정위의 권고안을 반영해 근로자들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한다.

 삼성전자 측은 “인과관계를 따져 하는 보상이 아닌 만큼 피해 보상 질병 등에 대한 원칙·기준은 가급적 조정위의 권고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소속이 아닌 이들까지 보상에 포함하는 것이 현행 법과 충돌 우려가 있어 고심이 많았지만 인도적 관점에서 우리 회사 퇴직자와 동일한 원칙·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내놓은 권고안의 내용 중 ‘공익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별도의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다. 삼성전자 측은 “조정위의 안을 따르면 상설기구·상근인력 운영과 같은 보상 이외의 행위에 재원의 30%를 쓰게 된다”며 “이는 고통을 겪은 이들께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모임인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인권지킴이), 삼성전자 등 협상 당사자 3곳이 조정위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모두 전달하면서 조정위는 후속 조정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세 당사자가 조금씩 이견을 보이고 있어 최종 합의안 도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가대위는 공익법인 구성보다 삼성전자와의 직접 협상을 통한 조속한 보상을 요구했으며, 보상기준 및 금액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반올림은 권고안에 대해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 권고안은 분쟁에 대한 제3 기구의 권고사항인 만큼 구속력은 없다.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는 “조정위의 취지를 반영하고, 가족들의 아픔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회사 입장에서 최대한 양보해 마련한 안”이라며 “조정위가 최종 조정절차에서 이를 반영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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