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결승골 여자축구대표팀 정설빈, "부담감 떨쳐 기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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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지 못했을 때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란 뜻이에요."

만리장성 중국을 무너뜨린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정설빈(25·현대제철)은 오른팔뚝에 새겨진 영어문구 문신의 뜻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설빈은 1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 2015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전반 27분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2006년 A매치에 데뷔한 정설빈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등에 참가했지만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이천대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에 진출했을 때도 교체멤버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는 지소연과 박은선이 각각 소속팀 일정과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가을과 조소현(이상 현대제철)은 컨디션 난조로 선발에서 빠졌고, 심서연(이천 대교)과 이금민(서울시청)은 경기 도중 교체아웃됐다. 개최지 우한은 난징·충칭과 함께 '중국의 3대 화로(火爐)'로 불릴 만큼 찜통더위로 악명높다. 이날도 경기가 현지시간 오후 9시 킥오프됐지만 기온은 32도, 습도는 76%에 달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정설빈이 해결사로 나섰다. 정설빈은 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망 오른쪽을 흔들었다. 경기 후 정설빈은 "경기 전 몸을 푸는 데 오후 8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후덥지근했다. 예상을 뒤집고 첫 경기를 이겨 보람있다"며 "코치님께서 '스트라이커인데 항상 슈팅지역이면 슈팅하라'고 말씀하셨다. 슈팅 때릴 때 조언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정설빈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3-4위전 이후 오랜만에 A매치 11호골(43경기)을 터트렸다. 정설빈은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하는 자리인데 그동안 부담감이 항상 있었다. 오랫만에 A매치 골을 넣어서 뜻깊다"고 말했다.

정설빈은 오른 팔뚝에 새겨진 영어문신에 대해서는 "힘들었을 때 하나씩 몸에 새긴거다. 많이 힘들었나보다. '비상하지 못했을때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란 뜻이다"고 수줍게 답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일본, 중국과 맞붙는다. 정설빈은 "월드컵에서 우리도 좋은 성과를 냈지만, 다른팀들도 좋은 성과를 냈다. 동기부여가 더 됐을 것"이라며 "일본은 어린선수들을 데려와서 우리 입장에서는 더 부담이 된다. 북한은 아시안게임 패배 후 처음 붙는다. 복수할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우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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