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유공자 아버지 닮고싶다” … 1급 장애인 정승옥씨 공무원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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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 장애인 정승옥(33·사진)씨가 근육 질환의 일종인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은 건 고교 2학년인 18살 때였다. 점점 다리 근육에 힘이 빠져 목발을 써야 했다. 얼마 후에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한국재활복지대학교에서 정보보안을 전공하면서 전산 관련 자격증을 따고, 정보통신(IT) 경진대회에 나가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취업의 벽은 높았다.

 정씨는 “전화로는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면접에서 휠체어 탄 모습을 보고 나서는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인 아버지를 닮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공무원 시험에 눈을 돌리게 된 주된 이유였다. 두 번의 낙방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정씨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전산직(9급)으로 일하게 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중증장애인 공무원 경력채용에서 올해 정씨를 비롯해 29명(9급 26명, 8급 1명)이 합격했다. 합격자들은 10월부터 3주간 교육받고 각 부처에 배치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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