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369명 + 권역별 비례’ 도입해보니 여당 과반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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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릴 경우 양당체제에서 다당체제로 정치지형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종갑 입법조사관이 2012년 19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서다. 19대 총선 당시 각 정당이 권역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①새누리당 1당은 변함이 없지만 ②과반은 무너지고 ③새정치연합은 영남권에서 약진하며 ④제3당(당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서 ⑤결과적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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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19대 총선(의석수 300석) 당시 152석을 얻은 새누리당은 의원수를 369석으로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때 172석을 얻는다. 369석의 과반(185석)에 못 미친다.

 당시 127석을 얻은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의 전신)도 시뮬레이션 결과 의석은 143석으로 16석 늘어났다. 의석증가폭은 새누리당(20석 증가)만 못해도 새정치연합은 영남권에서 의석수가 21석 늘어난다. 가장 수혜를 보는 정당은 제3당, 즉 해산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이었다.

 통진당은 19대 총선 때 13석을 얻었으나 시뮬레이션 결과는 40석으로 나와 원내교섭단체(20석)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사라진 자유선진당도 5석에서 14석으로 의석수가 바뀌었다.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김종갑 조사관은 “새정치연합 혁신위 제안을 적용하면 ‘여소야대’로 정치 지형이 바뀐다”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수를 늘리면 ‘다당제에 기반한 연정’을 집권 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이종걸 원내대표)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권역별로 얻은 ‘정당 득표율’이 고스란히 의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나라별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새정치연합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문재인 대표)고 주장한다. 시뮬레이션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방식을 적용한 결과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중앙선관위 권고는 6개), 권역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정한다. 가령 한 권역에 60석(지역구 40+비례대표 20)을 할당하고, A당과 B당이 각각 60%와 40%의 정당 득표율을 올렸을 때다. 두 당은 각각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서 36석(60석X60%), 24석(60석X40%)을 배분받는다. A당이 지역구에서 30석을 얻으면 비례대표는 6석(36-30)을 얻는다. 만일 A당이 지역구에서 40석을 싹쓸이해 배분받게 된 의석(36석)을 넘으면 4석은 ‘초과의석’으로 인정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총선에서 영남권역에서 30%대의 정당 득표율을 올렸다. 지역구 당선자는 3명(문재인·조경태·민홍철)에 그쳤지만 30%대의 득표율을 반영해 21석의 비례대표를 새롭게 배정받을 수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호남권에서 정당득표율(4.2%)이 낮아 5석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영남권에선 그대로 63석(지역구 63+비례대표 0)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5월 작성한 정책보고서에서 “새누리당은 현 제도하에서 최대 수혜 정당이자 과대 대표되는 정도가 가장 크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되면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수는 상징적인 수준인 데 반해 야당이 영남에서 얻는 의석은 대폭 신장돼 선거법 개정에 신중 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김형구·김경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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