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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별난 상상력, 소리로 들어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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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팀 버튼 영화음악의 작곡자 대니 엘프먼. 내한공연에서 노래도 부른다. [사진 S2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의 인연을 이야기하려면 3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만날 수 있다. ‘다크섀도우(2012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년)’ ‘유령신부(2005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 ‘크리스마스 악몽(1993년)’ ‘가위손(1990년)’ ‘배트맨(1989년)’…. 영화 감독 팀 버튼(57)의 영화는 작곡가 대니 엘프먼(62)의 음악으로 완성됐다.

 이들이 그간 만든 영화음악의 세계를 라이브로 펼치는 콘서트가 31일과 다음 달 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팀 버튼 & 대니 엘프먼 영화음악콘서트’다. 2013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초연한 후 월드 투어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깔리던 음악이 주인공이 된 셈이다. 콘서트를 위해 방한을 앞둔 대니 엘프먼은 “영화음악을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리메이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팀의 영화 15편의 모음곡을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엘프먼은 팀을 만나기 전 ‘오잉고 보잉고(Oingo Boingo)’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1972년 결성된 밴드로 작곡 겸 보컬을 맡고 있었다. ‘핼러윈 밴드’라 불릴 만큼 다소 기괴한 음악을 만들던 밴드는 그의 형이자 영화 감독인 리처드 엘프먼의 첫 작품 ‘금지 구역(Forbidden Zone)’의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팀 버튼의 눈에 띄게 된다.

 “팀 버튼이 노래를 불러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곡을 써달라고 했어요. 영화 ‘피위의 대모험’ 촬영 장면 몇 개를 보고 집에 돌아와 구형 녹음기로 데모 테이프를 녹음해 보냈고, 그게 메인 타이틀 곡이 됐습니다.”

 엘프먼은 팀과 만남으로써 컬트음악 밴드의 가수·작곡가에서 90여 편에 달하는 영화음악의 작곡가이자 배우·성우로 영역을 확장한다. 85년 개봉한 ‘피위의 대모험’ 이후 그는 팀 버튼 영화의 모든 음악을 만들었다. 영화 ‘가위손’에서 가위손 에드워드가 얼음 조각을 할 때 흘러나오는 기괴하면서 슬픈 음악 등 엘프먼은 그로테스크하면서 동화적인 팀의 영화를 음악으로 뒷받침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는 잭의 목소리 연기 및 노래를 맡기도 했다. 그는 “팀과 나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공포물을 즐겨 보며 자라나 공통의 미적 감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엘프먼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고 할 때마다 팀과 함께한 최초의 작품 5개를 말한다”고 했다. ‘피위의 대모험’ ‘비틀쥬스’ ‘배트맨’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이다. 그는 “아무런 샘플 없이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한 작품들이고 나중에 수많은 작업을 하고 난 뒤에야 이 작품들이 정말 특별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엘프먼은 무대에 올라 ‘크리스마스의 악몽’ 삽입곡을 직접 부른다. 공연은 존 마우체리의 지휘로 130명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주와 노래를 한다. 팀이 콘서트를 위해 직접 제작한 영화의 몽타주 필름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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