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세대와 정치 얘기 툭 터놓고 하긴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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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서소문 W스테이지에서 열린 ‘제1회 경청 공공대화’에 참여한 패널과 경청 시민단이 세대간 정치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3040 패널인 박준용·남기업씨, 사회를 맡은 박수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소장, 6070 패널인 김동식·김분란씨. [박종근 기자]

“자식들은 옛날이 정확히 어땠는지 모르면서 알려고도 안 해예.”(김분란, 70세·여) “세월호 문제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말하는데 어르신들은 왜 듣지 않으려 할까요.”(남기업·46세)

 지난 25일 서울 서소문 W스테이지에서 열린 ‘함께하는 경청’(이하 경청)의 1회 공공대화에선 해묵은 세대갈등이 재현됐다. 당초 대화 주제는 ‘남북문제와 통일’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박정희 정부의 공(功) 등 정치 문제로 3040 자식 세대와 6070 부모 세대가 첨예하게 맞섰다.

 이날 6070세대 대표 패널로는 35년간 기술직 공무원으로 일한 김분란씨와 한양대 ERICA 캠퍼스 김동식(64) 교수, 3040세대 대표로는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과 지역생활문화공동체 전문가인 박준용(45)씨가 나왔다. 경청 시민단 41명도 대화에 참여했다.

 6070 대표 김동식씨는 “자식 세대는 과거 우리나라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잘 모른다”며 “허허 모래벌판에서 세계 굴지의 철강 기업을 일궈낸 점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3040세대 대표 남기업씨는 “3040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의 허리”라며 “우리는 과거의 ‘잘 살아보자’에서 벗어나 ‘바르게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이날 대화의 핵심은 각 패널들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패널들은 “세대 간 이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용씨는 “이렇게 부모세대와 마음을 터놓고 정치얘기를 나눈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청’은 화쟁문화아카데미와 한국리서치,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시민 대화 포럼이다. 올해 의제로 ‘세대 간 갈등과 대화’를 선정했다. 두 번째 공공대화는 오는 9월 12일 복지와 일자리를 주제로 열린다.

글=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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