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안상수 창원시장 갈등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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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동거'를 해왔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이 끝내 등을 돌렸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22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더 이상 창원시와 공동사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루 전 창원시와 공동으로 추진해 온 로봇랜드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힌 뒤의 발언이다. 경남도와 창원시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홍 지사는 이날 안 시장을 겨냥해 “관권을 동원해 되지도 않는 광역시를 추진하려는 정치놀음을 하지 말고 시민을 위해 일하라”고 충고했다. “시장이 정신이 나가도 분수가 있지”라는 말도 했다.

갈등의 배경에는 2014년 완공 목표로 추진된 로봇랜드 사업자 선정이 깔려있다. 최근 경남도와 창원시 등이 출자해 만든 경남로봇랜드재단은 로봇랜드 민간사업자를 울트라건설㈜에서 ㈜대우건설로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울트라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대체사업자 선정을 놓고 현대산업개발㈜과 협상을 벌이다 무산되자 대우건설로 사업자를 바꾼 것이다.

이 사업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반동리 일대 126만㎡에 국비 560억원, 도·시비 2100억원, 민간자본 434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들여 2018년까지 로봇 전시관과 로봇 경기장, 로봇체험시설, 컨벤션센터, 연구개발 시설, 로봇테마파크, 유스호스텔, 호텔·콘도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남도가 254억원, 창원시가 54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지난 20일 “시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것은 원천무효다”며 반발했다.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 31조 1항은 로봇랜드 조성 주체로 시·도지사를 지목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로봇랜드 사업은 법으로 광역자치단체가 사업을 진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경남도는 발끈했다. 새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윤한홍 행정부지사가 상경해 대우건설 사장을 만나 협의를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였는데, 창원시가 제동을 건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로봇랜드 사업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문제는 경남도가 사업에서 빠지면 창원시가 도를 설득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 홍 지사와 안 시장이 화해하지 않는 한 로봇랜드를 공동조성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이다.

홍 지사는 이날 “우리는 마산을 살리기 위해 일하는데 창원시에서 번번이 거부해 애를 먹었다”며 창원시가 발목을 잡은 사례를 들었다. 2013년 2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폐지 때는 창원시가 자신의 소관이라는 이유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해양신도시 인근의 명품 야시장 설치사업은 원도심 공동화와 상인 반발을 이유로 창원시가 반대해 중단됐다는 것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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